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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손수호] 동물원 100년


경기도 과천 막계동에 자리한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서울동물원(Seoul Zoo)'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창경원 이후 동물원 개원 100주년에 맞춰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호랑이 웃는 모습을 꽃담황토색으로 표현한 브랜드 이미지(BI)도 산뜻하다. 기존의 식물원과 곤충관은 동물원 속에 흡수된다.

서울동물원의 역사는 대한제국 멸망사와 겹친다. 식민지 이전인 1909년 11월1일 창경궁 내에 문을 열었으니 근대 동물원으로서는 이른 시기였다. 세계 동물원 가운데 36번째, 아시아에서는 7번째다. 그러나 동기가 불순했다. 창경궁에서 강등된 창경원은 순종의 위락시설이자 왕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장치였다. 이를 위해 궁궐 전각 60여 채를 헐었고 벚나무 수천 그루를 심었다.

그런데도 이토 히로부미는 "궁정의 존엄을 유지하고 국왕의 은혜를 백성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종묘사직을 금수의 터로 유린했다"는 백성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동안 순종 스스로는 키우던 말을 기증했으니 영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일제는 덕수궁에도 소(小) 동물원을 만들어 일본산 원숭이와 공작 등 동물 240여종을 들였다.

창경원은 궂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983년 문 닫기 전까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코끼리와 하마 우리에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1986년 창경궁이 복원되면서 창경원의 행락도 막을 내렸다. 젊은이들의 밤을 달뜨게 하던 왕벚나무는 여의도 윤중로로 옮겨졌고, 동물은 청계산 자락에 조성된 서울대공원으로 이사해 이듬해 5월1일 사람들과 재회했다.

현재 서울동물원은 세계 10대 동물원 규모로 성장했다. 360종에 3400여 마리의 동물이 인간들과 만나고 있다. 뜨겁던 동물원의 인기는 1980년대 이후 테마파크가 들어서면서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야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고 교육장이다. 지금도 "어흥!"하고 포효하는 사자후를 들으면 오금이 저린다.

5월1일 서울동물원에서는 새 BI 선포식과 함께 동물위령제가 올려진다.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살다 죽은 동물들을 추모하는 시간이다. 이 자리에서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기원해야겠다. 닭과 소, 오리에 이어 돼지까지, 가축의 역습은 맹수보다 무섭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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