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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장원] 노동운동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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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훌륭한 정치지도자, 왕성한 투자마인드를 가진 기업가, 성실한 관료와 조직 관리자, 창의적인 과학기술인 등 세상을 견인하는 다양한 리더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각종 사회운동들도 존재한다. 앞에서 열거한 구성원들이 세상을 바꾸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상식이라면 사회운동가들은 남을 위해 애쓰고 자기 몫을 삼가는 희생이 보편적 미덕일 것이다. 사회운동이 자기 몫을 우선시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운동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기면 당사자는 만족스럽겠지만 사회 곳곳을 환기시키는 운동의 생명력은 반감될 것이다.




후한 점수받기 어려운 현실

노동절을 맞아 우리 노동운동을 다시 생각해 본다. 1987년 이후 지난 20여년을 지켜보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노동운동에 대해 최근 들어 후한 평가를 구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노조 이기주의', '지나친 투쟁방식'이라는 낙인에 매여 좋은 주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지가 올라가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합리적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지만 그들은 선명하지 못해 운동 내부에서 비판받고, 투쟁적이지 못해 사회적으로 이슈 메이커가 되지 못한다.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노동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남들보다 나은 보상이라면 노동운동은 독과점적 혜택을 지향하는 소수의 생업이 된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노동운동 부문에서 각종 정파가 대립하고 지도부의 도덕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도 그 권력과 혜택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부조리와 억압상황에서 용감하게 호루라기를 부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노동운동은 그러해야 한다. 대체로 호루라기를 불 때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 이는 기득권에 대항하는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힘있는 부문의 노동운동이 기득권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때는 자신의 기득권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운동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남에게 요구할 수 있는 도덕적 정당성이 강화된다.

'노조 이기주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로 대기업, 공공부문 노동운동에서 비롯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노조들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나부터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를 내놓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단지 남에게 요구해서 도와주겠다는 의례적인 운동노선으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 그리고 공공부문 노조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자기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

긴장하고 자기규율 강화해야

최근 우리 노동운동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는 상생의 노사관계가 사업장 단위에서 확산되고 있고,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동운동 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들도 가속화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가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환경요인도 노동운동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조직은 더 도덕적이고 운동 방식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노동운동이 재정립되기를 기대한다.

기업과 정부는 노동운동이 세상을 이끌고 가는 당당한 주체 중 하나로 설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피해가거나 담합할 대상이 아니라 긴장하면서도 협력할 사회적 파트너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합리적인 노동운동이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다. 일방적 회피나 담합을 넘어 노사정간에 사회적 긴장을 유지하고 원칙에 맞는 노사관계를 지향할 때 진정한 파트너십이 형성될 수 있다.

이장원(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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