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시련기 뒤엔 희망의 빛 찾아온다… ‘호주에서 보내온 희망편지’

[책과 길] 시련기 뒤엔 희망의 빛 찾아온다… ‘호주에서 보내온 희망편지’ 기사의 사진

호주에서 보내온 희망편지/정원준/울림사

"모두가 떠나갔다. 하지만 나무와 꽃, 지저귀던 새들, 그들은 함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건 그의 몸이 야위어 갔을 때부터였다. 외로움에 지친 그는 푸르름을 잃어버렸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그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의 병든 영혼이다. 희망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호주 멜버른우물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사다. 자전소설 '달과 사진사' 등 글쓰기와 목회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가 호주 최남단 타스마니아 섬에서 83통의 편지를 보내 왔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9년 호주행을 결심한 그는 4년간 시드니에서 머물다 타스마니아에 들어갔다. 자연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단절된 그곳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2년을 견디다 못해 멜버른으로 옮겨 자신의 집에서 목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째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다. "이건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면서 목회를 접기로 하고 마지막 기도를 하는 날, 주민 한 명이 찾아 왔다. 이후 신도가 줄을 이어 현재 150명에 이른다.

이 책은 10여년 동안 호주에서 막노동, 우유배달부, 휴대전화 판매, 청소부 등을 하며 신앙생활을 해온 저자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편지'다. 아름다운 타스마니아 풍광 사진과 함께 전하는 글들은 현대문명에 황폐해진 도시인들의 내면세계를 자연의 언어를 통해 회복시키는 영상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 건네는 격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상을 정복한 성취감에 부풀어 오른 등산가에게 산이 말한다. 처음 정상을 올랐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이 얼마나 고독한 자리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정상에 있기에 기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산을 올랐기에 행복한 것이라고."

시련의 순간이 지나면 무지개빛 행복이 찾아온다는 얘기도 따스하다. "사람들이 마을 뒷산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았다. 그리고 일곱 빛깔 무지개를 따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그때 무지개가 나지막이 말했다. '여러분, 저를 가져가시는 것은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비를 맞으실 각오를 하셔야 할 거예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큰 행복은 내 이름을 불러 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온 장미는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낸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충만함은 비움의 양에 비례한다" 등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희망이 절망을 밀어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희망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83편의 이야기 속에서 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때론 사람이기도 하고, 무지개와 빙산, 부엉이이기도 하다. 생명도 없이 마른 나뭇가지가 지팡이로 쓰이듯 자신을 모두 내려놓은 자세로 세상의 지팡이가 되겠다는 저자는 "희망은 진실이고 용사이며 삶의 등대이고, 희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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