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프랑스 고고학자 눈에 비친 대한제국 풍경…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책과 길] 프랑스 고고학자 눈에 비친 대한제국 풍경…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기사의 사진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에밀 부르다레/글항아리

“쌀을 수탈하는 일본인은 밀수꾼·위폐 제조자”

1901년부터 1904년까지 대한제국에 체류한 프랑스의 고고학자인 저자는 "처음 보기에 조선인은 꽤 큰 듯하다. 뿐만 아니라 대단히 지적인 눈을 반짝이는 부드럽고 선량한 표정에 놀라게 된다. 요컨대 조선인은 착한 아이 같고 마음씨도 좋아 보인다"고 했다. 20세기 프랑스에서 출판된 조선 관련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 번역 출간됐다.

궁중 연회 식순, 장례풍습, 전차를 타고 교외로 놀러 나가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 사격 훈련, 죄수 이송, 극장에서 배우에게 추파를 던지는 양반의 거들먹거림, 술 마시고 취한 사람들의 풍경 등 이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이채롭다. 양반 가족, 여자용 가마, 옥외 간이식당, 평양 전경, 궁중 무용수(사진) 등 희귀 사진 30장이 함께 실렸다.

공연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이제 춤을 추는 우아한 무용단을 볼 차례였다. 열다섯에서 열여덟 봄날 같은 기생이라고 하는 젊은 처녀들이었다. 붉고 파랗고 푸른색의 보기 좋은 옷을 입은 이 귀여운 여인들은 그렇게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신데렐라의 발걸음으로 그림같이 분장한 이 작은 인형들이 펼치는 춤사위는 눈을 즐겁게만 했다."

조선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항상 엄격성과 완벽한 취미가 두드러진다"거나 "건축가들은 어떤 장소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하는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다. 물론 조선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있다. '무속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나라'라고 깎아내렸는가 하면 '시어머니의 나라' '극단적이며 낭비적인 관료제의 나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의 노골적인 침략 야욕을 간파한 대목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을 탐냈던 일본인들은 수확철이나 그전에 사들일 수 있는 쌀을 전부 사들여 일본으로 보냈다. 그 비용을 치르는 과정에서 니켈 위폐로 대금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저자는 "일본인들이 밀수꾼인데다 비할 데 없는 위조지폐 제조자"라고 지적했다.

당시 경의선 등 철도 건설의 기술자문을 위해 대한제국을 방문한 저자는 서울∼개성∼평양 간 철도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책의 머리글을 쓴 전우용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는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에서 조선을 바라본 한계는 있지만 저자가 직접 보고 촬영한 것은 이 시기 역사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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