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배우가 된 선교사 기사의 사진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부담 중 하나가 뭘까.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성령으로 권능을 받고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실천하는 것, 즉 전도(또는 선교)가 아닐까. 성령충만하여 1대1 전도에 달란트를 지닌 분들이야 그처럼 쉬운 일이 없겠지만, 그런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 몇 년 가도 전도 한 명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학대학장을 지낸 분이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가서 3년 동안 사역했는데, 주를 영접한 이가 단 세 사람, 가정부와 운전기사, 침모였다는 일화는 전도의 어려움을 비유할 때 회자되는 얘기다. 물론 1대1 전도만이 다는 아니다. 문서 선교 등 미디어를 통한 매체 선교도 있고,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 선교도 있다. 어느 면 이 같은 전도 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일 경우도 있다.

문제는 콘텐츠다. 바흐와 헨델 등 음악거장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미술거장들의 활약이 기독교 전파에 기여한 것처럼 감동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극장가에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관객을 모으고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소명'(감독 신현원)의 선풍은 전도 수단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기대해 봄직한 사례다. 이 다큐는 인구 100여명에 불과한 아마존 정글에 들어가 사역 중인 한 개신교 선교사의 일상에 관한 것이다. 등장인물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이 파송한 강명관 선교사 심순주 사모 부부와 바나와족 주민.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강 선교사의 딸 예슬 양과 아들 한솔 군도 잠깐 등장한다.

“오지 선교 현장의 진솔한 삶이 비교인들의 심령 울려 전도 열매를 맺는다”

TV PD출신으로 진정한 기독영화 제작을 소망해왔던 신현원 감독은 강 선교사의 삶이 일반인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뉴욕을 거쳐 상파울루까지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국내선 항공편으로 포트 밸류까지 가서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가야 나오는 아마존 정글의 바나와족 마을. 신 감독은 강 선교사가 2000년 1월 선교사역을 시작했던 경로를 따라 마을까지 들어가 문명의 혜택이라곤 전혀 받지 못하는 그들과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도 글자를 만들어 성경을 번역해주는 선교사로서의 본분뿐 아니라 의사로, 선생님으로, 그리고 친구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름 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기독교를 '선전'하지 않는다. 다만 강 선교사 부부의 진솔한 삶의 모습만을 잔잔히 담았을 뿐이다. 벌레에 물려 헐어버린 팔다리를 내보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강 선교사. 거의 유일한 육류 섭취원인 설치류 꾸찌 고기를 맛있게 뜯는 심순주 사모의 모습. 이들을 혈육처럼 따르고 아끼는 바나와 주민들의 정감어린 표정들. 그런 광경은 각박한 현대 문명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와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거액을 투입한 블록버스터와 자극적인 독립영화의 홍수 속에서 지난달 2일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단관 개봉한 소명은 관객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개봉 2주 만에 5000명을 넘어섰다. CGV 압구정, 구로, 인천, 오리, 안산, 부산 서면 등 6개관에서 추가 상영에 들어갔고 어젠 상영관이 10개로 늘면서 관객 1만6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소명의 주연 배우 두 사람은 지금 서울에 와 있다. 강 선교사 부부는 소명의 예상 밖 '히트'에 "처음엔 당황했으나 이젠 그것도 하나의 선교 수단이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신 감독은 말한다. 문화로 전도하는 시대가 왔다고. 그러기 위해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기독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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