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종원] 부패의 경제 기사의 사진

전임 대통령의 뇌물수수 관련 뉴스가 우리를 매우 슬프게 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부 측근들의 대응 행태는 심지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의 뇌물 관행에 대한 인식은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부패란 인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동서고금을 막론한 현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패는 일반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후진국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 불행하게도 아직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핵심부의 비리가 터져나오는 정치적 후진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부패는 민간으로부터의 수뢰 형태를 띠는 부패와 공금의 사용화 형태를 띠는 부패로 구분되기도 한다. 첫번째 유형은 관료집단이 갖는 선별적 재량권의 경제적 가치로 말미암아 특혜를 받고자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담당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형태로 정경유착의 정도가 심한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공공연히 행해지는 현상이다.

정권만 바뀌면 불거지는 비리

두번째 유형인 공금의 사용화 현상은 제도가 문란하고 무엇보다 정부의 중앙 집권력이 강화될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급기야 절대 권력자를 중심으로 하는 범죄행위 형태로 전이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부패 사례를 돌이켜보면 절대 권력자나 그 하부구조인 고위 공직자들 일부가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도피하거나, 정치자금으로 유용하는 등의 형태로 부패를 자행한 적이 허다했다. 이러한 형태의 부패는 정치적 타락으로 이어져 건전한 경제·사회윤리를 저해해 사회적 질서와 기강을 문란케 함으로써 경제사회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 같은 부패의 심각성은 범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1997년 12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뇌물방지 협정을 제정하면서 국제적인 부패방지 운동을 선도하기도 했다. 한국 또한 이러한 운동에 부응해 같은 시기에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한 바 있으며 이후 부패방지위원회를 설립,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인해 어쨌든 규제 위주 행정과 독점적인 인허가권 오남용으로 정경유착 등 부정부패가 창궐했던 시기에 비해 현재는 공적 부패가 많이 개선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전직 대통령의 부패 관련 소식이 다시 터져나와 실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사건을 기회로 부패에 대한 제도적 차원에서의 예방, 발각 시 엄격한 처벌 적용 그리고 효과적인 교육 실시 등이 자리잡기 바란다. 특히 부방위 활동은 정치적으로 독립시켜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에서의 부패 문제는 공공 부문의 진정한 개혁 없이는 쉽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부패의 핵심 요인인 공직에 의한 독점적 재량권 행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은 점진적으로나마 공권력의 분권화, 공기업의 민영화 그리고 각종 규제 완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구시대적 고시제도 폐지해야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앞서 고려의 과거제에서부터 유래한 현재의 고시 제도를 타파하는 일부터 시작하기를 주문하고 싶다. 단 한 차례의 시험만으로 파격적 혜택이 평생 보장되는 현재의 고급 공무원 선발 방식은 결과적으로 선민의식 가득한 지배계층만 양산할 뿐 진정한 근대시민국가의 공복을 창출해낼 수 없으며 더구나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선진사회 도래는 결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제에 고시 제도 대신 정부 각 부처가 직능별로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방법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두번 다시 국가원수가 부패 관련 스캔들에 연루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종원(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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