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장승헌] 전통과 현대의 앙상블 기사의 사진

우리 춤으로 프랑스 관객을 만나고 왔다. 밀양 백중놀이 예능보유자 하용부의 생애 첫 개인 공연을 기획제작한 것은 지난 4월초. '2009 하용부 춤판'이라는 타이틀로 남산국악당에 올려 사전검증을 받았고 곧바로 프랑스로 날아갔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 개최되는 '상상의 축제'와 '발드마른 무용축제'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초청된 것이다.

영남 춤의 흥과 신명을 담은 무형문화재의 춤은 현지 관객들로부터 5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남성 춤의 힘찬 에너지와 영혼이 담긴 전통의 몸짓은 경상도 밀양 강변에서 호방하게 활동하던 하용부의 몸에 녹아 있었고 무대 예술에 대해 누구보다 까다로운 프랑스 관객은 환호를 그치지 않았다. 열성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극장을 떠나지 않고 감동을 음미했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메세나협의회 관계자들은 공연 축하 모임을 특별히 마련해 주면서 한국의 춤과 음악이 전하는 울림에 열광하고 흥분했다.

귀국해서 곧바로 경남 고성의 '고성오광대 2009 정기공연'에 해설자로 참가했다. 이틀 동안의 공연에 참가하며 마당춤의 미학과 탈춤의 자유로운 표현양식들에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경상도 춤의 흥과 신명에 몸과 마음을 맡겼다. 4월 28∼29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덟명의 중견 여성무용가들의 우리춤 16편을 공연했다. 이 공연을 통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 전통 춤의 아름다운 선과 움직임을 한껏 즐겼다.

전통의 색깔을 지닌 공연들을 기획하고 무대 한켠에서 바라보면서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전통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컨템포러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관객들에게 전통춤과 음악은 어떤 의미로 기억되는가?" "현재 우리네 일선 교육 시스템에서 국악과 전통춤을 교육하는 예술교육과 예능전수제도는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가?" 이런저런 현장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 미래에 대한 이미지가 중첩된다.

전통이 새로운 공연 양식을 창조하는 원천이라는 명제는 당연하다. 그런데 전통이 전통과 컨템포러리를 뛰어넘어 전혀 새로운 가치관을 담아내는 예술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고 본다. 전통의 시간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컨템포러리적인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전통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담는 예술양태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바로 지금, 생명력을 가진 우리 시대의 전통공연 양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전통으로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감성과 안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품격의 문화상품을 개발하자. 국가브랜드 사업과 병행하여 여러 예술가들이 협업하자. 문화의 21세기를 선도하는 한국의 자부심을 세계 무대에 펼치자. 현장에서 고단한 삶에 지쳐가던 예술가들은 다시금 새로운 창작의지를 불태워야 할 때다.

때마침 '하이 서울 페스티벌' 문화 행사가 '서울의 봄 희망으로 피어나다'라는 주제 아래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바쁜 일상으로 잊고 지냈던 서울의 5대궁에서 과거의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며 현재 우리가 부딪치며 살고 있는 현대의 공간성을 발견해보길 권한다. 서울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행복한 권리이자, 즐거운 의무다.

장승헌 국민대 겸임교수 공연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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