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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윤재석] ‘에쿠스 자전거’


어린이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가 두발자전거 타기 아닐까. 몸의 균형을 잡지 않고도 쉽게 탈 수 있는 세발자전거. 하지만 어린시절의 유치함이 듬뿍 묻어 있는 동시에 바퀴 달린 물건의 존재 의미 가운데 하나인 스피드를 포기한 것이라는 사실이 다른 탈것들과의 차이다. 오죽하면 브레이크마저 없을까.

빠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늦어도 중학생쯤 되면 두발자전거를 배운다. 개중엔 성인이 될 때까지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두발자전거 타기의 기본은 균형과 적절한 속도다. 세발자전거와 달리 균형을 잃으면 곧바로 쓰러진다. 절대속도가 느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커다란 짐받이가 달린 배달용 자전거가 대종이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용도의 자전거들이 생겨났고 옵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 됐다.

비쌀 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라는 게 있다. 부유층의 사치와 허영심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들을 겨냥해 요즘 비싼 명품 외제자전거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BMW 자전거(150만∼600만원), 벤츠 자전거(200만∼400만원) 등 고급 명차 브랜드를 붙인 자전거 판촉전이 한창이다. 페라리 브랜드의 꼴냐고 자전거는 기본 골격만 800만원대다. 그런가 하면 패션 브랜드를 붙인 에르메스 자전거(500만원), 샤넬 자전거(1400만원) 등도 꽤나 호가 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캐치프레이즈로 전방위 시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가 이른바 '에쿠스 자전거' 같은 명품 자전거 개발을 통한 산업 육성책을 제시했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 장관들과 함께 참석한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나온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4대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2020년 쯤에는 그 길이가 총 3000㎞에 달하도록 할 것"이라며 "자전거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명품 자전거 육성계획을 밝혔다.

명품 자전거를 통한 경기활성화 구상이라…. 발상은 좋은데 과연 어떤 경쟁력을 지닌 명품 자전거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자전거와 녹색성장을 연결하다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불쑥 나온 계획은 혹시 아닌지 모르겠다.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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