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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상온] 공포의 총합


테크노 스릴러 소설의 대가 톰 클랜시의 베스트셀러 중 2002년에 영화화 되기도 한 '공포의 총합(Sum of All Fears)'이란 게 있다. 다음은 대강의 줄거리.



추락한 이스라엘 전폭기에 실려 있던 핵탄두가 국제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영화에서는 동·서 전쟁을 촉발시키려는 신나치주의자)들이 이를 손에 넣은 뒤 미국 볼티모어에서 폭발시킨다. 러시아의 핵 공격으로 오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에 바야흐로 핵전쟁이 일어나려는 찰나 음모를 파악한 CIA 요원이 가까스로 막아낸다.

말하자면 사악한 의도를 지닌 테러 조직에 의한 핵 테러와 그로 인한 핵전쟁의 위험을 클랜시는 '공포의 총합'이라는, 섬뜩하지만 그럴 듯한 말로 표현했거니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영화는 또 있다. 일찍이 1965년에 제작된 '007 선더볼'과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피스메이커(1997)'다.

흥미 있는 것은 세 영화에서 테러 조직 또는 국제 범죄조직이 입수하거나 탈취한 핵탄두의 출처가 각각 다르다는 점. 즉 '공포의 총합'에서는 이스라엘이고 '선더볼'에선 나토, '피스메이커'에서는 러시아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당장이라도 한 나라가 추가될 판이다. 파키스탄. 현재 100∼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은 장기간의 군부 독재와 격렬한 반정부 운동, 정치 지도자 암살 등 정정이 만성 불안 상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준동으로 정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은 완전히 탈레반의 수중으로 넘어가 정부가 통치권을 아예 포기했을 정도인데다 탈레반이 수도 이슬라마바드 100㎞까지 세력을 확장한 것.

설령 정부가 탈레반에 접수되지 않는다고 해도 핵탄두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핵탄두를 관리하는 파키스탄 군 내부에 탈레반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그러니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표적 1호인 미국이 다급하고 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핵 문제는 일단 2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게 당연할 만큼. 하지만 김정일 유고 등 북한 급변 사태도 염두에 둬야 하고 보면 '공포의 총합'이 갈수록 현실화돼가는 것 같아 두렵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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