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백홍열] 과학과 종교의 충돌 기사의 사진

근대에 들어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과학과 종교는 각 개인의 마음 속에서 또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17세기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에 대한 종교 재판일 것이다. 교황청은 1992년 이 재판의 잘못을 인정하고 갈릴레오를 복권시켰지만, 갈릴레오는 재판을 받고 나오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현대에 와서는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옥스퍼드대 도킨스 교수가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발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종교는 근본적으로 서로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며, 과학에 대한 종교의 간섭이든 종교에 대한 과학의 공격이든 모두 상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무의미한 논쟁이다.

상호 이해 부족이 논쟁 불러

먼저 과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 과학자들은 과학을 절대적인 진리로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 인간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보고 이를 인간의 생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즉 과학은 지금까지 밝혀진 자연현상에 대해 현재 인간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설명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고 더 합리적인 설명이 나오면 이에 따라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19세기까지는 뉴턴의 물리 법칙으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20세기에 와서 빛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상대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짧아지고 시간은 천천히 간다. 우리가 GPS로 정확히 위치를 알 수 있는 것도 상대성이론으로 지구에서보다 느리게 가는 위성의 원자시계를 보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상대성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우주의 모든 존재 자체가 확률로 결정된다는 양자이론이 수립되었다. 양자이론에 따르면 컵 속의 물이 갑자기 컵을 통과해 우리 손을 적셨다 해도 그럴 확률이 매우 작을 뿐이지 절대 기적은 아니다.

실제 우리가 실생활에 쓰는 전자제품 속의 반도체도 이런 양자이론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이렇게 과학은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물질적 자연현상에 관한 것이며,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래에서부터 위로 쌓아 올라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종교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관한 것이며, 신에 대한 직관적인 믿음에 의해 위에서부터 아래로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즉 종교는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오직 신과 나 사이의 문제이며 본질적으로 과학의 한계 밖에 있다. 상처를 입었을 때 과학은 인간이 아플 것이라는 객관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종교는 바로 나 자신이 직접 느끼는 아픔에 대한 문제다.

종교는 과학의 한계 밖에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는 수천억개의 은하계가 있고 은하계는 다시 수천억개의 별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 우리 뇌의 신경세포는 고작 100억 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인간이 과학으로 종교를 평가하는 것은 과학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것을 초월해서 직관적 믿음에 바탕을 둔 종교가 과학에 관여하는 것도 스스로 종교를 과학의 범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과학과 종교는 물질과 정신으로 이뤄진 인류문명의 두 궤도다. 어느 한쪽이 자기 궤도를 탈선해 역주행하지 않는다면 과학과 종교가 충돌할 일은 없다.

백홍열(한국항공우주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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