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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병영과 침대


몇 년 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썼던 군용 침대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프랑스 말메종 박물관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나폴레옹&조세핀전'에서였다. 나폴레옹의 침대는 작고 단출했다. 철봉지지대 몇 개와 매트 1개가 전부인 그 침대가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 영웅의 잠자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침대엔 나폴레옹의 땀과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했다. 숱한 전장을 누빈 나폴옹에게 그 침대는 소중한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었으리라. 나폴레옹 못지않게 즐겨 야전 침대를 사용한 위인은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였다. 그는 잦은 이민족 침범과 변방의 반란을 막기 위해 10여년을 전장에서 보냈다. 저 유명한 '명상록'도 진영(陣營)의 침대 위에서 씌어진 것이다.

이처럼 야전 침대는 고금을 막론하고 군인들의 보금자리다. 그러나 높은 직책의 군인들만 개인 침대를 사용했을 뿐 병사들은 맨바닥이나 침상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창군 이래 병사들의 주된 생활 공간은 침상이었다. 처음엔 잡목으로 만들었으나 점차 송판으로 교체해 1970년대까지 사용했고 그 후엔 베니어판에다 장판을 깔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침상은 고된 훈련이나 경계 근무를 마친 병사들의 달콤한 쉼터다. 하지만 잠자리 습관이 고약한 동료가 옆에 있으면 수면을 방해받기 일쑤다. 침상은 또한 군기를 잡는 엄격한 장소이기도 하다. 과거엔 점호 때 침상 삼선에 정렬해 있다 갑자기 '침상위 수류탄, 침상밑 수류탄' 같은 주번사관의 구령이 떨어지면 침상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진땀을 흘리고, '원산폭격' 같은 집단 얼차려가 자주 행해진 곳도 침상이다.

이 침상이 군에서 완전 퇴출될 전망이다. 국방부가 2012년까지 병영생활관 침상을 모두 개인용 침대로 바꾸기로 한 때문이다. 군이 사용할 침대는 6.3㎡짜리로 나폴레옹이 썼던 야전 침대와 비슷한 크기다. 이미 일부 부대에선 신막사 건축과 함께 침대가 설치되고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개인 영역이 구분되지 않는 침상형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겪는 신세대 병사들의 불편함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침대 문화가 병영을 더 편안하고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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