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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염성덕] 아브라함의 잘못

[삶의 향기―염성덕] 아브라함의 잘못 기사의 사진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를 두 번이나 버렸다. 존귀한 아버지라는 뜻의 아브람일 때 애굽에서 사래를 버렸고, 열국(列國)의 아버지라는 뜻의 아브라함일 때 그랄에서 사라를 버렸다. 그동안 아브람은 아브라함으로, 사래는 사라로 이름을 바꾸었다.

전말은 이렇다. 기근이 심하자 아브람은 사래와 함께 애굽으로 간다. 사래는 아리따운 여인으로 묘사된다. 아브람은 애굽 사람이 아름다운 사래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죽일 것을 크게 염려한다. 그래서 사래를 누이라고 속이기로 결정한다.

애굽 대신들이 사래의 아리따움을 칭찬하자 바로는 사래를 궁으로 데려온다. 바로는 그 대가로 아브람에게 많은 가축을 하사한다. 아내를 내주고 선물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바로는 하나님의 재앙을 통해 사래가 아브람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사래를 돌려보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아브라함은 사라를 누이라고 속여서 그랄 왕 아비멜렉이 사라를 취하게 한다. 거짓말을 한 이유도 바로 때와 똑같다. 그랄 사람들이 사라로 인하여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비멜렉에게 경고하신다. 사라는 남의 아내고, 사라 때문에 아비멜렉이 죽으리라고. 사라는 하나님 덕분에 무사히 남편 품으로 돌아온다.

아브라함은 자기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두 번이나 아내를 버렸다. 그것도 목전의 위험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차 있을지 모를 위험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몹쓸 남편도 없었을 것이다. 복의 근원이고, 믿음의 조상이고, 열국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이 아닌가.

그런 그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고 인간적인 수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남편의 잘못된 처신으로 사라가 받았을 수치와 두려움,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성경에 언급되진 않았

지만 사라는 그 치욕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을는지도 모른다.

이삭은 아브라함이 두 번이나 잘못한 다음에 태어났다. 누군가 귀띔해 주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의 잘못을 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삭은 아버지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한다. 이삭은 그랄 사람들에게 아내 리브가를 누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둘러댔다. 이삭이 리브가를 껴안은 장면을 목격한 블레셋 왕 아비멜렉이 추궁하자 이삭은 거짓부렁이를 했다고 자백한다. 거짓말 한 이유도 아버지의 경우와 똑같다. 이삭은 아브라함의 잘못된 영적 DNA를 물려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담배와 술에 전 아버지를 보고 자란 자녀들은 다짐한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절대로 담배와 술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라고.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자녀들도 당조짐을 한다. 나중에 결혼하면 절대로 아내를 때리지 않겠다고.

그렇지만 결과는 정반대임을 수없이 목격한다. 부전자전인 것이다. 교도소 사역 전문가 빌 그레스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감자들에게 말한다. "저는 여러 해 동안 교도소 수감자들과 지내며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악하든 선하든 아버지의 영향력은 대를 이어간다.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예화 한 토막은 새겨들을 만하다. '급성장하고 있는 영국 교회의 한 목회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 때문에 목회를 포기했다. 시골로 내려가 10년간 돌본 끝에 아내를 회복시켰다. 그는 목회 현장으로 돌아와 치유 목회를 잘 담당했다.' 목회자를 떠나 한 남편으로서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자세가 아름답다고 하 목사는 말한다. 이 땅의 가장들에게 필요한 자세다.

염성덕 종교기획부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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