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현동] 시장의 훼방꾼 기사의 사진

날개 없는 돈이지만 속도는 화살보다 빠르다. 눈치 빠르기로는 프로급이다. 수익이 생길 곳이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간다. 돈의 속성이다. 경기침체가 깊어지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경기회복의 지렛대로 삼았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돈이 된다는 버블 세븐 지역으로.

돈은 증시로도 몰렸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처럼 주가도 올랐다. 돈의 힘이다. 부동산에서, 증시에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초 정부가 의도한 돈의 목적지는 공장이었다. 눈치 빠른 돈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현 상황에서 산업현장으로 가봐야 돈이 안된다는 것을. 안타깝지만 부동산으로, 증시로 돈이 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덕택에 일부 경제지표도 개선됐다. 이를 근거로 경기 조기회복론도 흘러 나온다.

과연 그런가. 기업현장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 글쎄’다.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기관장들도 지난 금요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비슷한 의견을 냈다. LG경제연구원은 환율효과를 제거하면 우리경제는 헛성장을 했다고 분석했다.

실업자수는 100만명을 넘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투자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 같다. 더 혹독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경제는 과잉유동성과 환율효과로 착시현상에 빠져 있다. 일부 학자들은 더블 딥(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되다가 다시 침체되는 현상)을 우려한다.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간 인플레이션 등 후환이 두렵고, 적게 풀면 돈값(금리)이 뛴다. 당국은 돈에게 구두 경고하기도 한다. 때문에 돈을 상대로 싸움하는 것은 늘 버겁다. 이래서 통화정책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부가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과잉유동성 문제를 거론하고, 자금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시중 부동자금이 800조원에 달하고, 지난 3년간 증가한 통화량은 400조원을 넘는다. 옳은 진단이고 판단이나 때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

누구 잘못인가. 단언컨대 정부가 주범이다. 물론 가계나 기업도 책임이 없진 않다. 하지만 종범 수준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정부는 돈을 풀라고 은행들을 닦달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들을 질타하고 나섰고, 감독당국은 현장점검까지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타이밍의 실패다. 위기를 지나치게 조장하면 더 어려워진다고 말한 이가 누구였던가.

앞이 캄캄한데도 기업들에게는 고용을 늘리라고 했다. 투자도 확대하라고 했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논리를 폈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인턴’을 늘렸다. 통화당국은 돈값을 끌어내렸다. 돈에 날개를 달아준 당국이다. 과거 거품성장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산업현장으로 흘러들어가 재활용되지 않은 돈은 결국 곪아 터진다.

또다시 타이밍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문제 있는 대기업은 필요할 경우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전만 하더라도 투자와 일자리 늘리기를 채근했던 정부다.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극과 극을 오가서야. 운전이 그렇듯이 경제 정책도 기조 자체가 돌변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때를 놓친 처방은 독이 된다는 사실을 외환위기 당시 처절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들을 시장의 훼방꾼이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할까.

박현동 산업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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