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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C―플레이어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는 오랫동안 초등학교 통신표를 장식했었다. '우수-양호-보통-부진-매우 부진'을 의미했지만 글자를 하나씩 따져보면 전부 괜찮은 뜻이다. 빼어날 수, 우수할 우, 훌륭할 미, 뛰어날 양, 가능할 가. 모두를 감싸려는 옛 선생님들의 지혜가 배어 있다.



성적평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초등학교에서 수우미양가는 사라졌다. 대신 "○○는 수학 계산능력이 많이 좋아졌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같은 두루뭉술한 서술평가제가 등장했다. 이로써 '수'를 얻은 자부심도, '가'를 받은 부끄러움도 사라졌다.

그 뒤 평가기준은 다시 달라졌다. 평가가 애매모호해 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시험도 부활했다. '초보-기초-숙련-발전'의 4단계 평가제도가 도입됐고, 과목을 세분해 평가함으로써 과거의 획일적인 수우미양가 평가틀을 벗으려 했다.

예컨대 수학은 연산, 도형, 측정의 영역으로 나뉘었으며 음악의 경우도 기악, 감상, 창작, 이해로 구분해 4단계 평가를 실시한다. 같은 과목이라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 따로 평가함으로써 애들의 능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을 바로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평가는 학생들만 받는 게 아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떼밀리고 있는데,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게 인사고과다. 인사고과는 대개 A, B, C 3등급으로 나뉜다. 고성과자인 'A-플레이어'에게는 승진과 함께 많은 보너스가 주어지지만 저성과자인 'C-플레이어'는 퇴출 위협에 직면한다.

기업들로서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C-플레이어를 방치하자니 생산성이 걱정이고 잘라내자니 회사내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모여 C-플레이어 문제를 둘러싸고 세미나를 열었다. '교육 등을 통해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와 '무작정 끌어안는 온정주의는 안 된다'가 팽팽하게 맞섰다.

더 중요한 것은 평가방식이 아닐까. 이른바 C-플레이어 선정의 공정성 문제다. 평가기준도 그렇지만 기준 적용을 둘러싼 구성원간의 신뢰성 여부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우미양가로 평가받던 시절부터 C-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삶은 참 머리 둘 곳이 없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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