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과잉 유동성에 사전 대응을 기사의 사진

최근 경제가 바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경제활동의 대표적인 바로미터인 국내총생산(GDP)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것이 고무적이며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회사채와 국채 간 스프레드가 하락하면서 극심한 신용경색이 완화되는 모습이며 주가는 1400선을 넘나들며 리만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소 앞서 나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바로 과잉 유동성에 의한 일부 자산시장의 과열 조짐이다. 주식시장의 회복은 주가가 지난 두 달간 40%가까이 급등한 결과이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상승했으며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렇게 일부 시장에서 경기 상황보다 회복속도가 훨씬 빠르고 오히려 과열의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미니 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유동성 회수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제지표들의 개선이 여러 부문으로 확산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하락속도의 둔화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선진국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출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것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내수부문을 지탱하는 가계도 2000년대 들어 크게 확대된 가계부채에다가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감소까지 겹쳐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부문은 연체율 상승, 대출 손실 확대 등이 예상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GM파산 가능성, 미국 및 유럽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 정리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갖가지 불안 요인들로 신용경색 재발 위험이 잠재해 있다.

그러면 일부 자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과열 현상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이는 단기유동성이 쉽게 흘러들어갈 수 있는 시장에 대해 부문별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주택시장은 규제의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과도한 규제의 도입으로 주택거래와 공급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 문제였으나 규제를 너무 풀어주는 것도 그 부작용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지역의 주택가격은 강북지역이 하락한 반면 강남에서는 올라 격차가 확대되었다. 물론 이에는 주거환경, 입지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그동안 집중적으로 상승했던 강남지역의 가격이 다시 오른다는 것은 지난 수년간 축적되어온 버블의 해소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며 지역 주민들 간의 격차 확대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 불필요하고 시장을 저해하는 규제는 완화하되 시장안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규제는 살려둘 필요가 있다.

증시의 경우 주택가격의 변화가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희비를 가르는 것과는 달리 오르는 데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도한 상승이 조정을 거치면서 급락을 반복하는 현상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급등락 장세는 대다수 일반인들의 안정적인 재테크와는 거리가 있으며 차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세력에 이용되기 쉬운 것이다. 주식가격 급락을 방지하기 위한 공매도 금지 등의 규제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지표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생산, 소비 등 실물경기 흐름과 함께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부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으로 형성된 단기부동자금이 거대한 버블의 붕괴과정 안에서 또 하나의 작은 버블을 만들어낼 가능성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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