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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진홍] 록사나 사베리


자동차 세일즈맨 제리(가명)는 빚에 쪼들리다 못해 폭력배를 고용해 자신의 아내를 납치했다. 부자인 장인으로부터 8만달러를 뜯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도중에 검문하던 경찰관을 총으로 쏴 죽이고, 이를 목격한 시민, 그리고 장인마저 살해하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들은 만삭의 몸인 시골 경찰서장에게 일망타진됐다.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소도시 파고에서 1987년 실제로 일어난 엽기적 범죄다. 조엘 코엔 감독은 1996년 이를 영화 '파고'로 만들었고,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만삭의 경찰서장으로 열연한 코엔의 아내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199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란에 3개월여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가 그제 석방됐다. 1심에서 간첩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된 것이다. 사베리의 고향이 바로 파고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란인,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그녀가 질곡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다. 그녀가 구금됐을 때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결백을 증언하고 싶다"는 탄원서를 내 세상에 처음 공개된 약혼자 바흐만 고바디의 기쁨도 클 것이다. 사베리의 석방에는 이란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미국과 이란 관계는 훈훈해질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세계언론자유의 날인 지난 3일 "이란에 있는 록사나 사베리, 북한에 있는 유나 리와 로라 링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이를 이란은 받아들였으나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은 지난 3월17일 북한과 중국 접경 두만강 근처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 중인 미국 커런트TV 소속 여기자 두 명을 체포한 뒤 적대행위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자들을 '정치적 인질'로 이용하려는 의도 같은데, 무슨 득이 될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 거래 등을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해온 이란 정부의 결단을 본받는 편이 훨씬 나을 듯하다. 40여일째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도 이쯤에서 풀어주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한층 호의적으로 바뀔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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