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강교자] ‘가정학교’ 스승은 어디에 기사의 사진

어미 닭이 품고 있는 알 속에서 병아리는 조금씩 자란다. 때가 되면 이 병아리가 알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알 껍질이 단단하다. 알 속의 병아리는 나름대로 한 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에 부친다. 이때 귀를 곤두세우고 이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 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준다. 드디어 껍질이 깨어지고 알 속에서 힘들게 몸부림치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 '탁'이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동시에 발생해야 어떤 일이 완성된다는 것이 '줄탁동시'로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말이다. '줄탁동시'는 어느 한쪽만의 힘이 아니라 양 쪽의 힘이 동시에 합해져야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밖 어미 닭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아리의 생명은 빛을 볼 수 없게 되듯이 어떤 일도 혼자의 힘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협조적인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또한 양쪽이 협력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함을 가르쳐 준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지나며 '줄탁동시'라는 단어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건강한 가정들로 이루어진 사회만이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건강한 가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정의 역할과 책임을 건강하게 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양육이다. 사람이 태어나 제일 먼저 경험하는 인간관계와 최초의 학습·훈련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정은 가장 중요한 학교이고 훈련장이며 건강한 인간관계와 질서를 배워 가는 공동체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가장 중요한 교사이다.

우리 사회의 커다란 우려인 학교교육의 무력화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가정교육의 상실 혹은 부재의 문제이다. 오늘 우리들의 가정학교는 폐쇄 내지 휴교 상태이다.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한다며 부모들은 가정 밖의 일류학교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관과 인격의 기초가 되는 언어와 태도를 배우는 학교는 가정이다.

한 성인이 "6세까지만 아이들을 우리에게 맡겨라. 이후엔 누가 어디로 데려가든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듯이 6세 이전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바른 가치관과 태도와 건강한 언어 대신에 각종 기술을 가르치려는 부모의 욕심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인격 없는 기술, 양심 없는 지식, 건강하지 못한 언어와 생활태도는 이렇게 습관화되어지고 있다.

학교교육을 살리고 공교육을 살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가정교육을 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부모들이 줄탁해야 한다. 정부는 왜 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하여 가정 밖으로 나가고 있는지, 그 불안과 아픔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근시안적이고 땜질식 방법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자녀교육의 목적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면 부모들은 아이들과 줄탁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며 꿈꾸는 것이 무엇인가.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 가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도움은 어떤 것인가. 껍질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민감하게 들을 수 있는 경청의 힘이 필요하다. 부모들의 책임은 아이들의 삶을 결정하여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이루어 가도록 돕는 것이다. 껍질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에 맞추어 밖에서 쪼아주는 어미 닭처럼.

강교자(대한YWCA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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