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함께 누리려 하지 않은 잘못 기사의 사진

중국 주(周)나라 문왕의 원유(苑?: 대궐 안에 있는 동산)는 사방 70리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인민들은 오히려 부족하다고 했다. 제(齊)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자신의 원유는 사방 40리 밖에 안 되는데도 인민들은 너무 넓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고 물었다.

"문왕의 원유에는 나무꾼 사냥꾼들이 마음대로 드나들었습니다. 인민들과 함께 이용했으니 의당 작다고들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임금님의 원유는 그게 아닙니다. 그 안에서 인민이 사슴을 죽이면 살인죄에 갈음해서 다스린다고 들었습니다. 사방 40리의 함정을 파 놓은 셈이니 인민들이 그것을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요."(맹자 양혜왕)

여민동락을 실천했더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로 받았던 1억 원짜리 피아제 시계 두 개를 없애 버렸다고 한다. 이를 노 전 대통령 몰래 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지난해 하반기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으니 뭐라 말하긴 어려우나, 대통령이 회갑선물로 그 정도 선물을 받았다 한들 그게 그토록 비난 받을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다만 가난한 서민도 금 한 두 돈짜리 반지쯤은 지인들로부터 회갑선물로 버겁지 않게 받을 수 있을 만큼 나라 형편이 좋아졌다는 조건 하에서다.

최소한 국민들에게 "오늘,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박 회장이 회갑 선물로 이것을 주었습니다"고 밝히기만 했더라도 그 아까운 명품을 없애 버려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시계를 경매에 붙여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겠습니다"라고 까지 했더라면야 박수갈채에 파묻히고도 남았을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건축면적만 933㎡(280여 평)에 이르는 봉하리의 집 때문에도 안 좋은 말을 많이 들어야 했다. 노년의 부부 두 사람만으로도 가득 차 보이는 작고 아담한 집을 지어 들었더라면 얼마나 보기에 좋았을까. 기자들은 일삼아 '경호원들 숙소보다 작은 집'이라며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을 것이고….

하필이면 부자흉내 내다니

이미 지어진 다음에라도 오히려 국민의 위안이 되게 할 길은 있었다. 이웃과 그 공간을 함께 이용했더라면 아마 국민들은 더 큰 집을 지으라고 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들까지 다투어 벽돌을 날라 '전직 대통령 집 넓혀주기' 역사를 벌였을 법도 하다.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 씨에게 집을 사주려 했다는 것도 그렇다. 160만 달러짜리를 계약한 모양인데 그 때문에라도 '생계형범죄' 운운했던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변호는 하얗게 빛바래고 말았다.

'어머니의 심정'이야 왜 이해하지 못 하겠는가. 아들 건호 씨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도 굳이 못 믿겠다고 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이 땅의 수없이 많은 가난한 어머니들의, 아리고 아려 보랏빛으로 멍이 든 마음을 간과한 과오는 그대로 남는다. '서민의 상징'으로서 대통령이 되어 '가진 자'들을 그처럼 비난하고 조롱하던 대통령 부부, 혹은 그 부인이 하필이면 부자놀음을 흉내 냈다니!

국민, 그 중에서도 자신을 한량없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지지했던 사람들과 동고동락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이다. 같이 얻어 함께 누릴 생각만 했더라도 문제될 일은 있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지금의 노 전 대통령 처지가 더 안타깝다. 권세를 가진 높은 분들! 여민동락(與民同樂), 맹자의 이 가르침 꿈에라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논설고문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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