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중앙인사委 초대 위원장 시절 기록한 ‘통의동 일기’ 김광웅 교수 기사의 사진

너무 폐쇄적인 공직사회… 인사엔 온정주의

김광웅(68·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던 시절의 일들을 기록한 책 '통의동 일기'(생각의나무)를 출간했다. 중앙인사위가 세들어 있던 서울 통의동 건물에서 이름을 따온 일기는 처음부터 출간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김 교수는 "고 신현확 총리가 회고록을 쓰면 어떤 이와는 대대로 원수가 될 테니 쓰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잘못이 반복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기록의 효용과 소중함을 깨우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가 통의동에서 겪은 공직사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폐쇄적이었다. 이 책의 제목으로 당초 생각했던 것이 '관료의 틀에 갇혀 지낸 3년'이었을 정도로 정부의 거대한 몸통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했다. 특히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는 정부의 질과 수준을 판가름하는 요체임에도 공직사회의 인사는 온정주의와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됐다. 책에는 행정학자가 직접 체험했던 관료세계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 사람 괜찮다더라' '그 사람 신경 좀 써다오'라는 표현으로 이뤄지는 인사 청탁의 풍경,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예산처를 앞에 두고 했던 고민, 어렵기만 한 대통령보고, 정책기획수석과의 충돌, 해외여행 기간에 유연성이 없는 규정, 공무원노조와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둘러싼 갈등과 고민 등이 이어진다.

"오늘은 이 자리에 와서 처음으로 그만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입각 후 한 달 만에 그만둔 손숙 환경부 장관이 부럽다고 할 정도로 느낌이 매우 묘한 날이었다. 오후에 청와대 회의가 열렸는데 김한길 수석이 '정부 내 중요한 논의를 미리 터트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석간 신문에 중앙인사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무원 가계보조비를 50∼125% 선에서 지급할 것이라는 기사가 났다."(1999년 6월24일)

위원장을 맡은 지 1년째 되는 날의 각오도 적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스스로 만들어 지켰다. 첫째, '나는 장관 행세를 하지 않겠다'였다. 권력은 남용될 때 부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처럼 어른들이 좋아하는 숫자놀음, 그리고 재물을 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셋째, '정부에서의 봉사는 한 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지냈다."(2000년 5월24일)

저자는 "이제 지난 세월을 차분한 마음으로 되새기며 이런 우리의 노력이 언젠가는 '좋은 정부' '바람직한 정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을 안는다. 틈틈이 남겼던 기록이 앞으로 더 나은 개혁을 위한 바탕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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