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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긴 일


남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둘 다 갑자기 아랫배에 가스가 찼다. 남자 쪽이 더 급해서 먼저 실례를 했고, 여자가 즉시 바통을 이었다. 이 상황을 여자의 행동심리에 맞춰 여러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남자가 뀌고 여자도 뀐다. 이는 우연의 일치로서 상호 배타적인 행위이다. 둘째, 남자가 뀌니까 여자도 뀐다. 이는 여자 쪽에서 물타기 수법을 썼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셋째, 남자가 뀌면 여자도 뀐다. 이 경우 남자가 서운해할 수 있다. 여성이 좀 기회주의적이다. 넷째, 남자가 뀌자마자 여자가 뀐다. 이땐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을 듯하다. 부창부수형이다.

이들 각각의 표현에서 달라진 건 '-(뀌)고, -(뀌)니까, -(뀌)면, -(뀌)자마자' 등이다. 이들을 연결어미라 한다. 연결어미는 동사나 형용사 아래 붙어 뒤에 오는 단어나 구, 절을 이어준다. 같은 글이라도 연결어미만 바꾸면 이처럼 뉘앙스가 완연히 달라진다. 연결어미의 막강한 기능을 보여준다.

영어는 두 문장을 하나로 합칠 때 접속사 'and'나 'but'를 넣지만 우리는 그에 해당하는 '그리고'나 '그러나' 등을 넣지 않는다. 대신 연결어미 '-(하)고'나 '-(하)지만'을 넣는다. '남자가 뀌고, 그리고 여자도 뀐다'에서 '그리고'는 불필요하다.

연결어미를 잘못 쓰면 문맥이 안 통한다. '남자가 뀌지만 여자도 뀐다'거나 '남자가 뀌는데도 여자도 뀐다'고 하면 논리적이지 않다. 이때의 '-지만, -ㄴ데도'는 앞말과 뒷말이 반대되는 상황일 때 쓰인다. 따라서 이런 말이 들어가면 여자는 방귀를 뀔래야 뀔 수 없다. 둘 중 한 사람만 뀌게 하려면 '-거나'를 쓰면 된다.

여자의 가스를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는 목적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러, -려고' 등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 '남자가 뀌러(뀌려고) 여자가 뀐다'는 도무지 안 된다. 그래도 남자가 굳이 물귀신 작전을 펴겠다면 연결어미를 하나 더 붙인다. '남자가 뀌려고 하자 여자가 먼저 뀌었다'로 하는 것이다. 이때의 '-려고'와 '-자'도 연결어미이다.

이병갑 기자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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