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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원교] 북한산의 신음


북한산은 세계적으로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명산이다.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온조와 비류가 남쪽으로 향해 한산(漢山)에 이르러 부아악(負兒岳)에 올라 거처를 정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기서 한산과 부아악은 북한산. 그만큼 산세가 빼어나다는 얘기다. 무학대사의 전설도 빠질 수 없다. 무학대사가 조선의 도읍 후보지를 찾아 백운대로부터 맥을 밟아 만경대에 이르러 서남 방향으로 가 비봉에 도착하니 '무학이 길을 잘못들어 여기에 이른다'는 비석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행로를 바꿔 북악산쪽으로 내려가 경복궁 터를 정했다는 것.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삼각산(三角山)으로도 불린다. 병자호란 때 척화파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남긴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라는 시조에서 보듯 삼각산은 곧 한양, 나아가 고국산천을 의미했다. 북한산 서북쪽에 위치한 북한산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됐다. 조선시대에 양대 전란을 겪은 뒤 숙종 때 오늘날 형태를 갖췄다. 이처럼 북한산은 빼어난 경관에다 곳곳에 위치한 수많은 유적들에 힘입어 훌륭한 역사·문화·생태 학습 장소가 되고 있다.

북한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07년 1월1일 입장료가 폐지된 뒤 요즘 주말에는 10만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을 정도로 붐빈다. 주5일제 근무나 경제위기도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특히 주말의 경우 등산로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급경사나 위험 지역에서는 병목현상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산에서도 우측 보행을 일상화하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다 보니 샛길로 다니는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현재 북한산 정규 탐방로는 160㎞인데 비해 샛길은 221㎞나 된다. 샛길 등산은 북한산을 파편화시켜 동식물 서식처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1990년 11월15일부터 시행된 국립공원 내 취사·야영 제한 조치로 자연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던 차에 또 다른 '복병'을 만난 것이다. 서울시민들에게 활력소 역할을 해온 북한산이 황폐해져가다니…. 이러다 입장료 부활시키자는 소리라도 나온다면 그건 누구 탓일까.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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