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병권] 변신인가 변절인가 기사의 사진

변신과 변절의 차이는 무엇일까.

변신은 대개 같은 범주의 인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긍정적 의미다. 변절은 나쁜 의미로 통한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겠으며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인사들의 황씨에 대한 비난은 두 가지에 집중돼 있다. 지난 대선 전 이명박 후보를 그렇게 비난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 점이 첫번째 공격 포인트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10년간 문화계에서 비교적 대우받은 사람이 뚜렷한 동기 없이 유라시아 특임대사를 맡겠다는 것도 지나친 욕심 아니냐는 것.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황씨를 중앙아시아 순방에 데려간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며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한다.

여론이 악화되자 황씨는 꼬인 남북관계를 풀려고 정부와 협력하려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해명하고 있다. 특임대사 등 모든 것을 유보한다는 입장과 함께.

지식인의 변신은 항상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정치인의 변신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 시절 민중당에 몸담았던 이재오와 김문수 등이 신한국당에 집단으로 입당했다. 당시 재야 운동권은 이들을 매섭게 몰아쳤다. 특히 서노련을 이끌며 오랜 세월 노동운동을 해왔던 김문수에 대해 노동계는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지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신념을 버렸다는 의미에서 이들에 대한 비난은 정당했다고 할 수 있으며 당사자들도 눈에 띄는 변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이 흘러 이재오는 당 사무총장을 거쳐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변신했고, 김문수도 3선의 화려한 경력에 광역지자체 가운데 인구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지사다. 이를테면 변신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입장이나 신념을 바꾼 뒤 일관된 행동을 보여 변신의 취지를 배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이 조지훈 선생은 명논설 '지조론'에서 이렇게 갈파(喝破)한 적이 있다. '사람이 철이 들어 세워놓은 주체(主體)의 자세를 뒤집는 것은 모두 다 넓은 의미의 변절'이라고. 동탁 선생의 기준으로 보면 앞서 언급한 세 사람 모두 변절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욕하는 변절은 좋고 바른 데서 나쁜 방향으로 바꾸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동탁 선생은 덧붙이고 있다. 황씨의 입장 전환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진보 내지는 좌파적 입장에 섰던 유명 인사가 하루아침에 우파 정권을 지지하겠다니 어찌 논란이 없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앞으로 황씨의 행보다. 그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은 황씨가 노벨 문학상을 노리고 정부의 협조를 받기 위해 변신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상에 대한 욕심은 있겠지만 설마 황씨가 그런 노림수에서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필자는 믿고 싶다. 우리 국민들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문제작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통일을 위해 어렵던 시절 북한을 단신 방문한 기상과 기백도 보여줬던 인사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라고.

인권이 무시됐던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지도 오래됐다. 이념의 시대가 아니라 책임의 시대가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신인지 변절인지는 입장 전환 이후 그가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권 사회2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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