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이흥우] 사르코지 집권 2년 기사의 사진

출발은 좋았다. 취임 직후 지지율은 60%를 넘어 70%에 육박했다. 국민들은 아낌없는 갈채와 찬사를 보냈다. 'Bling Bling(반짝 반짝)'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의 앞길에는 어떤 걸림돌도 없어 보였다.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겠다며 2007년 5월16일 취임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초반 성적표는 화려했다.

세제를 개혁했고, 민간에 비해 유리했던 공기업 특별연금체제를 뜯어고쳤다. 공무원 수를 줄였고, 공영방송과 미디어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좌파정책의 상징인 주35시간 근무제도 사실상 폐지했다. 그는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일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 그가 제시한 300여개 개혁과제 가운데 77%가 추진 중이다. 이미 40%는 완료됐다.

외치(外治)는 더 화려하다. 세계 경제위기 극복 방안 마련을 위한 G20 정상회의 토대를 만들고, 워싱턴과 런던에서 두 차례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금융시스템 규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이 그의 중재로 끝을 맺었고,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가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중해연합도 그가 있었기에 출범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프랑스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취임 직후 67%에 달했던 지지율은 1년 만에 36%로 반토막 났고, 올 들어서는 24%까지 추락했다. 소리만 요란했지 내세울 성과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좌·우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성향의 싱크탱크 토머스 모어 연구소는 "업무 추진율은 평가할 만하나 개혁의 질은 신통치 않고 결과는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르코지 집권 2년을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경제위기가 명백히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프랑스를 보호하지 못하는 그의 무능력이 많은 유권자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세계 지도자들이 직면한 공통현상이기도 하지만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률 증가다. 2008년 말 현재 7.8%였던 실업률은 8.2%에 이르렀고, 내년에는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올 들어 세 차례 전국 규모 총파업을 벌인 데 이어 또 다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한 반발 또한 거세다. 대학가는 3개월째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고등교육 개혁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프랑스는 지금 파업과 시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프랑스라고 예외일 리 없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요즘 공공장소에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다. 쉴 새 없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습관도 사라졌다. 대신 각료들, 특히 프랑수아 필롱 총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다. 사르코지는 저항에 굴복해 개혁을 포기한 전임자 자크 시라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에게 다행인 것은 야당이 더 죽을 쑤고 있다는 점이다. 좌파 야당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분열을 거듭하고 있고, 사르코지 대항마로 떠오르는 인물도 보이질 않는다. 지금 당장 대선을 실시하면 사르코지가 당선될 것이라는 최근 여론조사도 있었다. 사르코지가 노동계 반발 등에 개의치 않는 이유다.

이흥우 국제부장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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