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아세안 정상들 혼저 옵서예” 기사의 사진

지난 주말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환상의 섬, 제주에서 받은 인상 깊은 풍경 하나. 제주국제공항에서 중문관광단지에 이르는 평화로 연도 44㎞가 축제 분위기였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알파벳 순) 등 아세안 10개국에 우리나라까지 다음달 1∼2일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가국 국기와 홍보물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나름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작년 한 해 안보에 무게를 둔 '4강 외교'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실리에 무게를 둔 '신(新)아시아 외교'에 치중하는 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달 '아세안+3정상회의'(불발되긴 했지만)와 지난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에 이은 신 아시아 정상외교의 결정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세안이 중국과 일본보다는 우리를 더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왜? 중국 일본에 비해 덜 위협적이고, 폐허의 약소국에서 반세기 남짓에 민주화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도약한 저력과 노하우를 배울 만한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15∼16일 한·아세안포럼에 참석했던 아세안 학자와 관료, 외교사절이 이구동성으로 전한 내용이다.

4강에 가려서 그렇지 아세안은 실제로 우리의 소중한 협력 파트너다. 우선 교역면에서 그렇다. 아세안은 작년 중국·미국에 이어 일약 3위(902억달러) 교역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을 제치고 제2의 교역대상으로 정착할 것이 확실하다. 비록 그들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시장인 셈이다.

아세안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에 호의적인 자세를 취해오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미묘한 우리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2015년까지 한·중·일을 포함하는 동아시아공동체(EAC)를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여기서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균형자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아세안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쪽은 오히려 대한민국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좋을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부단한 스킨십이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입체적으로 이뤄지는 일정이 그런대로 보기 좋다. 15∼16일의 학술포럼에 이어, 17∼20일 아세안 언론인들이 제주 방문과 이명박 대통령 면담 등을 통해 한국을 배우고 익혔다. 정상회의 전후로 10개국 정상은 물론, 각료·기업인 등 모두 3000여 명이 제주(대한민국)를 방문하는 것 역시 한·아세안 간 스킨십의 호재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대한민국이 아세안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세안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으면서도 정작 공적개발원조(ODA:작년 기준 3억달러) 등은 아직도 미약하다. 회수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실기업 지원용 공적자금의 일부만이라도 아세안에 투입하면 어떨까.

아울러 정상회의 같은 일회성 이벤트 외에 꾸준한 교류협력이 긴요하다. 최근 발족한 한·아세안 센터를 중심으로 쌍방향의 교류협력과 아울러 학계, 시민단체 등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아세안 정상들이 역내 현안을 논의하고 우의를 다질 정상회의는 제주특별자치도로서도 호재임이 분명하다. 다른 해외 리조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제주도가 이번 기회에 그 만의 독특한 매력을 마음껏 알린다면 이 또한 값진 소득일 것이다.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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