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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거짓말 기법


장사꾼이 "이거 밑지고 파는 겁니다"라고 했더니 손님이 피식 웃는다. 장사꾼이 정색을 하고 다시 말한다. "정말 밑진다니까요." 이럴 때 더러는 "그래요?"라며 반신반의 쪽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정말'이라는 부사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사는 음식으로 치면 조미료에 해당한다. 상황에 맞는 부사를 사용해야 제맛이 난다. 잘못 쓰면 전달하려는 참뜻이 왜곡된다. 간호사가 "이 주사 하나도 안 아프단다"라고 해 보았자 믿을 아이는 거의 없다. 아이가 배신감도 안 느끼고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별로 안 아프다' 정도가 적절하다.

음주운전을 하다 걸린 사람이 "한 잔밖에 안 했어요" 했더니 경찰이 웃는다. 운전자가 더 오리발을 내민다. "진짜, 맹세코, 딱, 한 잔밖에 안 했어요." 그러자 경찰 왈. "걸음이나 제대로 걸으시오." 새빨간 거짓말은 아무리 초를 쳐도 참말이 되지 못한다.

부사의 위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남편이 불콰한 얼굴로 귀가해 "진짜 당신을 사랑해"라고 했다면 부인의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여기서 '진짜'는 '당신'을 꾸밀 수도 있고 '사랑해'를 꾸밀 수도 있다. 부인이 머릿속에 다른 여자를 떠올리는 건 전자 쪽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괜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당신을 진짜 사랑해"라고 하는 게 좋다.

남편이 화를 풀어준다는 뜻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행운이 가령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떨치겠다"고 말해도 부인이 흡족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령'의 위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가령'이나 '아마'와 같은 부사는 문장의 맨 앞에 와야 자연스럽다.

만약 부인이 "그 말 전혀 안 믿겠다"라고 한다면 부인의 화가 풀린 뒤에 '전혀 못 믿겠다'나 '절대 안 믿겠다'로 바로잡아 주어도 괜찮다. '전혀'는 본인의 의지를 나타내는 말에는 쓰기 어렵다. 비슷한 형태인 '도저히 안 믿겠다'도 '도저히 못 믿겠다'로 해야 한다. '도저히'는 불능(不能) 쪽과 어울리는 말이다. 또 '도무지'가 있는데 이는 무지(無知) 쪽에 가깝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등의 표현에 쓰인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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