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정진영] 세무조사 중립성 논란 기사의 사진

국세청의 존재 이유는 세금을 걷는 것이고, 그것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세무조사다. 국세청 직원들은 세무조사야말로 국세청의 핵이고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거의 예외없이 조사 분야에 근무하고 싶어한다.

세무조사의 힘은 보통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박연차 게이트'의 출발점도 세무조사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을 밝혀내면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 결과 비자금 일부가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과 명예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고, 사법처리가 임박해지면서 그는 결국 극단의 길을 택했다. 다소 비약은 있지만 '세무조사→검찰 수사→노 전 대통령 죽음'이라는 연결고리도 가능하다.

특히 심층 세무조사(옛 특별세무조사)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하다.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일반 세무조사 및 정기 법인세조사와는 성격이 확연히 구분된다. 법인에 대한 조사를 예로 들어보자.

심층 세무조사는 정기 법인세조사와 달리 예고없이 전격적으로 실시되고, 관련 서류를 압수하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가 많다. 탈루한 만큼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관련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하면서 "세금만 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 친 것도 검찰 고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심층조사는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이 맡는다. 서울과 중부지방청은 각각 조사 4국과 3국이, 나머지 부산, 대구, 광주, 대전지방청은 조사 2국이 담당한다. 태광실업 조사와 같이 국세청장의 의중이 반영된 중요 조사는 지방청 관할과 상관없이 서울청 조사 4국이 직접 담당한다.

심층 조사 중에서도 특급 사안은 조사 담당 과장이나 국장이 국세청장에게 직보를 한다. 그러다 보니 직속 상관인 서울국세청장이나 국세청 차장도 내용을 모른다. 이는 국세청의 관행이고 불문율이다.

문제는 심층 세무조사 가운데 '정치적 의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더러 있다는 점이다. 세무당국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표적'의 냄새까지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조사들이 있다. 태광실업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기획조사'라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조사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는 사실, 검찰이 국세청 조사 내용을 불신해 압수수색을 한 점, 기업 규모에 비해 이례적일 정도의 강도높은 조사 과정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징세권의 정치적 악용 시비는 국세청 개청 이래 늘 거론돼 왔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후보시절 국세청의 세무검증에 시달렸다. 걱정되는 것은 이 같은 악순환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조직을 악용하는 국세청 수장이 존재하는 한, 국세청을 이용해 정치적 노림수를 꾀하는 '윗분들'이 있는 이상,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떠안는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국세청 개혁 방안이 선뜻 와닿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정진영 편집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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