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의 교착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있다. 통일신보는 남측이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를 실무접촉 전제조건으로 건 것에 대해 23일 "의제 밖의 문제로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한다"고 비난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같은 날 남측에 대해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명분을 쌓는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15일 개성공단 법규와 관련된 특혜 철회를 선언하고, 새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에서 나갈 테면 나가라고까지 큰소리 쳤다. 그런 마당에 실무접촉을 두고 소소하게 시비하는 것을 보면 북측이 개성공단을 포기할 각오가 아님은 물론 속으로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게 보인다. 결국 북한의 목적은 남측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얻어내자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입주기업의 경영자료를 요구하고 공단 내 도로시설물 파손에 대한 벌금 규정을 통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가 아니라 북측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남측이 유씨 문제로 인위적 난관을 조성한다는 북측 주장은 억지다. 근로자의 신분 보장은 개성공단 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남측 파견 근로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경제협력이 지속될 수 있단 말인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고, 개성공단과 유씨 문제를 별개로 다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북이 모두 원칙론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니 개성공단의 활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게 마련이다.

지금 개성공단은 주문량이 줄어 집단 휴가를 보내고 임금 체불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면 결국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철수하는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베트남 등의 조건 비교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특혜는 특혜가 아님이 드러났다. 북한이 쪽박까지 깨지 않으려면 유씨 문제부터 풀고 나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인질을 잡아두고서 협상을 하자는 건 상대에 대한 협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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