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큰 충격이다. 노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은 물론 나라 전체의 비극이다. 노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 뒷산에서 불행하게 세상을 하직한 것에 온 국민이 애도하고 있다. 그는 칡을 캐고, 진달래꽃도 따고, 바위를 타기도 했던 봉화산 바위에서 투신하기까지 엄청난 인간적인 고뇌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서에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밝힌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라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그의 영원한 안식을 두 손 모아 빈다. 유가족에게도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노 전 대통령은 두 달 전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뒤 처음에는 해명과 사과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최근에는 "나를 버려 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 참담한 심경이 짐작된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무리한 수사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장례를 국민장보다는 가족장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어제 국민장으로 정부와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장례가 가족장으로 진행될 경우 자칫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현 정부와 반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례마저 신·구 정치 권력이 갈등을 빚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나라 모습이 말이 아니게 된다.

정치적 악용 철저한 경계 필요

장례는 아픈 상처를 깊게 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런 만큼 누구라도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곤란하다. 정치적인 세 과시의 기회로 삼아도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이미 우리 국민은 그만큼 성숙한 단계에 와 있다.

지금 우리는 이번 같은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성찰해야 한다. 우리 앞의 숙제란 바로 이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고권력자의 부패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는 불행하게도 역대 대통령이 거의 예외 없이 오명을 썼다. 국민의 힘에 굴복해 하야했는가 하면 측근에게 시해되기도 했다. 또 임기 중 비리로 교도소 생활을 했고 가족들의 부패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도 우리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비해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데서 잉태됐다. 이로 인해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게 심판받고, 그 대통령은 다시 후임 대통령에게 심판당하는 불행이 반복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굴곡 많은 삶을 살다 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그가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몸을 던졌던 부분은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돈 선거가 크게 개선되고 정경유착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治績, 훗날 정당한 평가 받을 것

노 전 대통령은 가난 때문에 상업고등학교만 졸업한 뒤 고향마을 산기슭에서 황토로 벽을 발라 직접 집을 짓고 고시 공부에 매진한 끝에 판사가 됐다. 그는 곧 법원을 떠났고 1981년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치권에 발을 디딘 뒤에는 항상 소수파였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은 것이다. 그가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기존 정치세력과 충돌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한계 때문이었다.

검찰로서는 이번 수사를 잘 진행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통상적인 경우와는 달리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고도 추가 수사에 시간을 끈 부분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검찰이 정치적 공세에 민감할 이유는 없다. 검찰은 지금 고유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만큼 차분하게 박연차 수사 마무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노 대통령 관련 부분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나머지 수사마저 용두사미로 끝낸다면 이 역시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사회가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이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극복하고 한 차원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크게 각성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전화위복으로 위안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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