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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道家)사상은 '노장(老莊)사상'으로도 불린다.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철학이 양대 축을 이룬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추구하는 철학의 맥은 같았으되, 방법론은 사뭇 달랐다. 노자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현실 문제를 천착한 데 비해, 장자는 현실을 철저히 달관하고 인간과 자연의 문제를 천착하되 때로 격렬하기조차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아무튼 장자는 인간세계의 모든 대립과 차별을 거부하고 만물은 모두 같다는 생각의 중심에서 사유를 이끌었다. 즉 선악미추, 시시비비, 대소고저, 길흉화복, 빈부귀천, 이해득실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적이거나 대립적인 가치의 기준이 인간 스스로의 시각에 얽매여 빚어진 환상이나 착각이라고 봤다. 바로 여기에 인간의 불행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름 하여 만물제동(萬物齊同).

제물론(齊物論)으로도 불리는 이 철학은 만물이 평등하고 자연스럽다는 생각의 토대 위에서 변화(또는 개혁)를 통하여 도를 추구해야 한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인간 스스로 고안한 인위적이고도 협소한 가치관을 벗어나, 절대 무차별의 세계인 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앞에 열거한 모든 차별과 대립은 없어지고 생사까지 초월하는 만사의 평등함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만물제동의 경지다.

역대 대통령 중 만물제동의 경지에 가장 가까이 근접하려 했던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 아니었는지. 차별과 대립 없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사람사는 세상'을 추구했던 그가 나흘 전 14행의 짧은 유서를 남기고 타계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노 전 대통령이 작성했다는 유서의 여덟 번째 줄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라는 서산대사의 칠언대구를 연상케 하는 대목은 만물제동의 일단을 설파하면서 스스로의 명운을 예고한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많은 고뇌가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꼭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만 했는지.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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