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전국적으로 뜨겁다. 조문객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봉하마을까지 한결같이 깊은 애정과 슬픔을 품은 채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국가 지도자에게 보내는 또 하나의 경의가 아닌가 싶다. 분향소의 질서도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정연한 모습이다. 분향소 주변을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이 질서유지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조문을 돕는 이들의 희생과 봉사는 더위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극렬 행동이다. 봉하마을에서 일부 과격세력이 특정 정치인의 조문을 저지하거나 기자들의 취재를 막은 것은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조화를 짓밟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지는 집단 혹은 인물에 대한 이들의 거부감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고인이 특정 세력의 대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 신분이고 장례 또한 국민장으로 결정됐으면 거기에 걸맞은 예의와 격식이 필요하다. 빈소가 남녀, 노소, 계층, 지역 구분 없이 누구나 행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리본을 묶는 어린아이에게 나이를 물을 필요가 없듯이, 고인과 외교 문제에서 대립각을 세운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의 분향에 대해서도 뭐라 할 수 없듯이, 조문에는 자격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는 상례(喪禮)의 관용을 존중한다. 거지에서 고관대작까지 죽음 앞에서는 모두 겸허했다. 형제들이 갈등하다가도 추모모임에서 화해하고 명절의 성묘길에 한마음이 되는 예가 많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조문해?"라고 묻는 사람에게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자격을 따져?"라고 되물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전통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직 영결식까지 추모 기간이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추모하고, 스스로 상주의 입장에 선다면 조문을 정치행위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은 바로잡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인의 영원한 안식에 필요한 성숙한 조문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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