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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원교] 존경받는 대통령


1987년 6월17일 밤 청와대 부근 안가. '죽장에 삿갓 쓰고 ∼'라는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이 흘러나왔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과 차기 대선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주흥에 겨워 함께 이 노래를 불렀던 것. 마지막 구절 '떠나가는 김삿갓'은 '떠나가는 전삿갓'으로 고쳐서.

이보다 일주일 전인 6월10일. 범국민적 직선제 개헌 요구 아래 민정당은 노태우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 5공 핵심 인사는 이에 대해 "노태우는 후계자 자리를 따내기 위해 전 대통령 앞에서 납작 엎드렸다"고 회고했다.

안가 만찬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 속에서 전두환 노태우가 5공 실세들과 함께 정권 재창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그날 밤 전두환은 "노 대표는 나보다 훌륭한 분"이라고 띄우기도 했다. 노 대표는 당시 감읍한 나머지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그랬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지만 6공 출범 후 불어닥친 '5공 청산' 바람은 매서웠다. 시대적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한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구국의 결단'이라며 3당 합당을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한 뒤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 세력으로 단죄됐다. 소위 구국의 결단에 함께 나섰던 노태우도 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는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 가량 복역하다 사면 조치로 풀려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YS는 나라 곳간을 거덜낸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혔다. DJ는 '제2건국운동'이란 이름으로 과거 모든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DJ를 심판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 '대북송금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가 진행되자 청와대와 동교동간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역대 대통령의 '전임자 부정(否定)'에는 예외가 없었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한 단계 더 발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 우리는 왜 칭송되는 전임 대통령을 보지 못하는가. 존경받는 정치 리더십 없이는 우리나라가 더 앞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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