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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상온] 꼴불견 問喪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것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장사(葬事)다. 최근 인류의 직계 조상인 크로마뇽인에게 잡아먹혀 멸종됐다는 설이 제기됨에 따라 다시 주목받은 네안데르탈인을, 현생인류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도 '인(人)'으로 부르는 요인 중 하나도 바로 그들의 매장풍습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인간의 4례(禮)인 관혼상제 중에서도 가장 오래됐다고 할 수 있는 게 상례(喪禮)다. 그만큼 장사는 인간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런 장의(葬儀)문화는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지역별, 인종별로 대단히 다양한 형태로 발현됐다.

그 중에서도 형식과 절차가 복잡하기로 으뜸인 게 유교문화권, 특히 고대 중국 유교의 상례를 고스란히 사회규범으로 받아들인 조선시대의 장사제도였다. 예컨대 조선조 예의범절 교과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상례는 초종, 습, 소렴, 대렴, 성복, 조상, 치장, 천구, 발인, 급묘, 반곡, 우제, 졸곡, 부제, 소상, 대상, 담제, 길제 등 18가지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상례가 이처럼 복잡한데다 형식에 엄격하기까지 하다 보니 17세기 중후반 현종 때에는 이른바 두 차례의 예송(禮訟)사건이 터져나왔다. 예송이란 당시 권력을 다투던 서인과 남인 두 당파가 현종의 아버지 효종(1차)과 효종비 인선왕후(2차)의 죽음을 놓고 효종의 계모인 자의대비가 어떤 상복을 입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예학(禮學)에 근거해 치열하게 당쟁을 벌인 사건을 말한다. 그 결과는? 국력의 쇠퇴였다.

국력이 기울어질 정도로 상례에 집착한 문화적 전통 때문인지 장례식은 요즘도 매우 중요한 우리 사회생활의 일부다. 다만 과거와 같은 엄격한 형식과 절차는 대부분 생략되고 간편하게 치러진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야 하건만 꼴불견 문상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한 방송국 의뢰로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문상한답시고 술 마시고 주사부리는 사람'이 꼴불견 1위로 뽑혔다. 북한이 딱 그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전을 보냈다고 보도한 뒤 불과 4시간 만에 핵실험 단추를 눌렀다. 미사일도 쐈다. 그다지 사이좋지 않은 이웃 초상집에 그래도 조문(弔問)한답시고 '생색'내면서 술먹고 행패부리는 사람과 뭐가 다를까. 설마 조총(弔銃)을 쐈다고 우기지는 않을테지.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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