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저로 이끌어 준 힘은 순전히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이었습니다."

지휘자 정명훈(56·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씨는 27일 오후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환희-지휘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갖고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듣는 일"이라며 "오케스트라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소리를 선별해야 지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누나들만큼 특별히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어요. 기억력도 뒤떨어지지만 단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되새기는 능력은 좋아요. 이런 위치까지 온 것은 순전히 듣는 힘 덕분입니다."

그의 인생을 결정한 주요 조언자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모범을 보이고, 전폭적인 신뢰로 7남매를 훌륭히 길러낸 어머니와 진정한 음악가의 길로 안내한 어린 시절 미국의 피아노 선생님, 지휘를 해보지 않겠냐고 처음 권유한 누나의 레슨 선생님 등 다양하다. 또 그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보조 지휘자로 일하던 시절 상임 지휘자를 맡았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약 15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자선 공연을 할 때 만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조언도 그의 인생을 밝히는 빛이 됐다고 한다.

"초보 지휘자로 줄리니를 보좌하고 있을 때, 한 부분이 도저히 안 풀려 악보를 들고 찾아가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가 해준 말이 '정 선생, 시간이 걸린다네'였지요. 음악가로서 스스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 그 말을 30년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 앞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 중 1악장, 4악장을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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