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성동] 학교수업을 바꿔야 기사의 사진

어느 저명 인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의 아들이 오랜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은사를 찾아뵙겠다기에 물어봤더니 고교 시절 학원 수학선생님이라고 하여 의아해했다고 한다.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요즘 학원 주변에는 이날을 맞아 학원 강사들을 찾는 제자들로 북적거리는 반면 학교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또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이 최근 수강생 약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학원 강사(31%)를 학교 교사(19%)보다 학습상담 도우미로 더 많이 선호했다고 한다. 궁금한 마음에 수도권의 어느 공립 중학교 1학년 학급 반장인 남학생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거야 학원 선생님이죠"라며 그 이유를 "마음이 편해서"라고 답했다. 어떻게 우리 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행랑채로 떠밀려난 우리 교육

학교 교육의 핵심은 수업(class)이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학습 과정을 말한다. 교수(teaching)의 기능은 학습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인정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된 허용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은 학습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어 자기 의견을 스스럼 없이 제시하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토니 험프리스는 '교사심리학'에서 6가지의 사제지간 유형을 제시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무관심한 관계, 가르칠 뿐 정서적 교감이 없는 관계, 교사가 당근과 채찍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자기중심적 관계, 학생들의 호감에 집착하는 지나친 개입 관계, 개성과 독립성이 허용되지 않는 공생 관계,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존재를 격려하는 공감 관계다.

이 6가지 중에서 험프리는 공감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교육 현장에는 이런 공감관계가 형성되어 있을까.

학원 강사는 자신의 수입과 직결되는 학생들에게 자상하고 친절하며 학생 개인차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원은 어디까지나 중간고사 기말고사 및 입시만을 대비한 문제풀이 요령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하는 곳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면 학교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이전과 변함없는 방법으로 한꺼번에 가르치는 산업시대의 공장 같은 학교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수업은 개성이 뚜렷하고 자발적이며 행동지향적인 요즘 학생들의 교육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수업 중에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은 이제 흔한 모습이 됐다. 한 교원 단체가 전국 교사 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교사의 80%가 교실에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교육적 권위가 무너져버렸다.

청소년 행복감 OECD중 꼴찌

이런 현상을 '교실 붕괴'라고 한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는 단지 졸업장을 따기 위한 곳이고 부족한 학력은 사교육에서 보충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기에 이르렀다.

행랑채가 몸채가 된 꼴이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 중 최하위라고 발표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하는 고생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고생이 되도록 학교 수업이 바뀌어 사교육을 흡수해야 한다. 사제간과 급우간에 공감관계가 형성된 학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과 능력을 키우는 학교, 재미있는 학교, 가고 싶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육경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김성동 前 교육과정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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