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엄수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장의위원회가 구성될 정도로 범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고인의 서거에 그만큼 충격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거한 후 어제까지 전국의 빈소엔 200만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아가 애도를 표했다. 이념과 사상, 지위와 빈부, 남녀와 세대를 초월한 거국적 추모 열기였다. 추모 행렬엔 고인과 가까웠던 인사와 지지자들은 물론 정치적 견해 차이로 대척점에 섰거나 불편한 관계였던 정·재계 인사들도 대거 들어있었다. 이 같은 추도 분위기는 전·현직 대통령과 정·관계 주요 인사, 주한 외교사절을 포함한 각계 인사와 유족 등 2000여명이 참석하는 오늘 영결식에서 절정을 이룰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영결식이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온 국민이 치르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 영결식에서부터 서울광장 노제, 화장, 봉하마을 안장에 이르기까지 장례의 전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고인을 기리는 국민들의 마음이 온전하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행여 물리적 마찰이나 불상사가 생겨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당국은 세심하게 대비하고, 추모 행렬 참가자들은 절제되고 지혜롭게 행동할 것으로 믿는다.

영결식은 또한 한국 민주주의 성숙과 발전을 위한 성찰의 기회가 돼야 한다. 이번 비극도 근본적으로 보면 민주주의의 취약성 때문에 발생했다. 우리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제도적 민주화를 쟁취한 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분열과 적대, 보복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끝으로 이러한 후진적 정치문화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분열과 투쟁의 정치는 통합과 타협의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더 가치있고 빛나게 하는 일이며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다.

차제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예우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어떤 대통령이든 공과(功過)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공은 무시하고 과만 부각시켜 대통령을 매도하는 경향이 짙다. 과는 가리되 공은 기리는 균형잡힌 평가와 예우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돼온 불행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고인도 저 세상에서 이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그 성격상 당대에 쉽사리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측면이 많다. 상당수는 역사의 몫으로 남겨진다. 노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도 현재 진행형이다.이념과 입장에 따라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지지자나 반대자 공히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그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었던 사실, 그리고 특히 지역주의 타파와 권위주의 청산에 기여한 점이 그렇다. 우리는 이 점을 소중히 기려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움직임이다. 영결식도 치르기 전부터 민감한 정치적 발언들이 나왔다.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어 소요 사태가 일어나게 될까 걱정"이라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언급이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발언은 매우 적절치 않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정치보복살인'이란 말이 나오고 한국대학생연합이 영결식 이틀날 '이명박 정권에 맞선 대학생 행동의 날'을 개최하겠다고 나선 것 등도 우려를 자아낸다.

逝去 정치적 악용 절대 안된다

이런 것들이 고인과 나라 장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추모열기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인물과 세력이 있다면 아주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경제위기에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국가적 위난 상황이다. 이런 '내우외환'의 시기에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쟁화하거나 사회적 투쟁 이슈로 삼는다는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대다수 국민은 국민장이 통합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은 고인의 유지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평소 링컨 전 미국대통령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링컨처럼 나라의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바람에서 였을 터이다. 고인은 또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5·29영결식은 또 다른 소용돌이의 출발이 아닌 국민 대화합의 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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