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이젠 北의 핵 포기 환상에서 벗어나라 기사의 사진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2차 핵실험으로 緣木求魚임이 드러났다”

6월에 무슨 징크스라도 있는 걸까.6·25와 1·2차 서해교전이 벌어진 6월을 앞두고 다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노골적인 대남 군사도발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대남 군사 위협은 '우리 민족끼리' 구호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어서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위협은 본질적으로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2차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자신감을 굳힌 북한이 군사적 균형을 일거에 깨뜨리는 비대칭무기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대남 군사협박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언제까지고 전쟁 공포에 더해 핵무기의 공포까지 이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국제사회로서도 핵 확산 및 그에 따른 핵 공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영속화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2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 포기를 가망없는 일로 예측해왔지만 2차 핵실험이야말로 이를 확인해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2차 실험에 동원된 핵무기의 파괴력이 1차 때보다 크게 향상된 것으로 드러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겉으로는 불능화 등 핵폐기 로드맵을 이행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핵능력 강화를 치열하게 추진해왔다는 반증 아닌가.

당초 1993년 북핵위기가 불거진 이래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자진 핵 포기를 기대했다. 이듬해 미국의 북폭 계획이 수립되기도 했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자진 핵포기를 유도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기에는 북핵을 강제적으로 포기하게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 외에 북한의 선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북한은 핵 개발의 이유로 방위 측면에서 불가피함(여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을 역설하면서도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결국엔 핵을 포기할 것처럼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서 미·북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고, 2002년의 2차 핵위기 다음해에는 6자회담이 시작됐다. 그 모든 게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것들이었다. 즉 북한의 핵무기는 오로지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용 카드라는 시각이 배후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2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가 '버릴 패'라는 주장은 발판을 잃었다. 국민도 국제사회도 북한이 결국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 또는 미망(迷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일찍이 북한군 고위장성이 슬쩍 내비친 "우리는 폐기하려고 핵무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말이 북한의 진정한 속셈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곧 북한 핵을 다루는 접근방식의 근본적 틀을 바꾸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이미 자위용 핵무기 개발론,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연기론, 북한 핵을 상정하지 않은 채 수립된 국방개혁계획 수정론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떤 대응책이 됐든 기본적으로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마련되어야 옳다.

또 국제사회 역시 대화로든 제재로든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고 북한 핵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협상이 결국은 핵 개발을 위한 북한의 눈가림 또는 시간벌기에 불과했음은 이미 입증됐거니와 제재도 스스로 고립정책을 고수해온 북한의 특성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보면 핵확산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경계와 응징을 전제로 북한의 '핵 장난'을 내버려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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