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그제 행정안전부가 광역 시·도의 사무에 대해 포괄적 감사를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위법한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정부 합동감사를 벌이는 것은 지자체의 자치사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헌재는 "감사원도 있는데 중앙행정기관까지 지자체에 대한 포괄적 감사권을 갖게되면 중복감사가 되고 지방자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법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171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관해 보고를 받거나 서류, 장부 또는 회계를 감사할 수는 있지만 법령위반이 확인될 경우로 국한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 지자체들은 그동안 과중한 감사에 시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자체 감사외에 감사원 감사가 있는데도 정부합동감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매년 감사 준비에 지나치게 행정력을 낭비한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특히 정부합동감사는 지자체 고유사무와 정부 위임사무 할 것 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지자체의 자치권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광역 지자체는 중복감사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앞으로는 위법 사례가 드러나지 않는 한 중앙 정부는 정부 위임사무에 국한해서만 지자체를 감사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의 운신폭이 넓어지고 중앙 권력과 지방 권력간 정파가 다를 경우 중앙 정부가 꼬투리잡기식, 손보기식 감사에 나설 여지도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우려스런 점도 있다. 헌재 결정이 행여 지자체의 비리와 세금 낭비가 늘어나는 쪽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해서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지자체의 청렴도는 그리 높지않다. 근자에도 각종 비리와 세금 낭비 행태가 지자체에서 잇따라 터져나왔다.

자체 감사가 있다지만 내부 잘못에 관대한 풍토를 감안하면 감사 담당직원들이 동료 업무를 철저히 감시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비리나 세금 낭비 등에 대한 감시가 약화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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