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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이던 여불위(呂不韋)가 중국 진(秦)나라 때 막대한 권력과 부(富)를 한꺼번에 쥘 수 있었던 기반은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온갖 장사를 다 해 본 그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훨씬 많은 이득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조(趙)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진 소양왕의 손자 이인(異人)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인이 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이인을 아낌없이 후원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애첩도 선사했다. 진나라에까지 남몰래 손을 써 마침내 이인은 고국으로 돌아가 왕위에 올랐다. 애첩은 왕후가 됐다. 여불위는 승상에 임명됐고, 낙양지역의 10만호 식읍을 받았다. 이인이 즉위 3년여 만에 숨졌지만 왕후가 낳은 여불위의 아들이 왕위를 승계했다. 진시황이다. 진나라를 통째로 가로챈 셈이니, 여불위의 권세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식을 줄 모르는 애첩의 음욕으로 인해 그는 하루아침에 쇠락의 길을 걷는다. 애첩에게 남자를 보내 정을 통하게 한 것이 들통나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을 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제적으로 후원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으니 하는 말이다. 이 때문인지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실세들과 가까이 지내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정권이 바뀐 뒤 그는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불행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검찰수사 결과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친·인척에게 건넨 돈과 사용처가 속속 드러나면서 도덕성을 생명처럼 여겨온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자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고(高)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고 한다. 한때 '대박'을 터뜨렸던 여불위와 박연차 회장을 보노라면 높은 수익을 바라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은 냉정하고 비정한 곳이라 더욱 그렇다. 정권을 잡았더라도 놓을 때를 세심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이라는 은유가 나온 지 오래다. 유력 정치인을 후원하는 정치권 주변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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