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덩치는 山만해가지고…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엊그제 "정치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오랜 '형님정치' 논란의 뒤끝이다. 이제 '만사형통(萬事兄通)' '상왕정치' '영일대군' 등의 조소와 비난이 뒤섞인 언어들은 아주 사라지려나.

이 의원은 이렇게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최근 저에 대해 나도는 이야기들은 첫째로는 제 부덕의 소치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들도 많다"고 심경을 토로했던 모양이다. 억울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형인 당 중진으로서 소문과 추측의 덫을 피해 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걸 정말로 몰랐을까?

진작 정치적 욕심 접었어야

기실 대통령의 형으로서 총선출마를 고집했을 때부터 이미 그는 정권, 특히 대통령의 짐이 되었다. 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이끌었던 박희태 당시 선대위원장조차 공천에서 탈락했을 그때 이 의원 또한 정치적 욕심을 접을 일이었다.

내친 김에 '경주 이야기' 하나 덧붙여두자. 지난 4월의 국회의원 재선거 때 한나라당은 1년 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를 다시 공천했다. 언론들은 이 의원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래서 무리한 공천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당이 결정하면 경주 유권자는 응당 따르게 되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그러는데 바로 그 점이 기분 나빴다는 거라!" 엊그제 밤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에 배웅 나왔던 고향 친구가 한 말이다.

한나라당의 행태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원내 제1의 거대 정당이면서도 당사자가 결심하기 전까지 '대통령 형님'의 그늘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 170명이나 되는 당 소속의원들은 다 뭘 하느라? 멀쩡한 국민대표들은 당 지도부의 사병 노릇이나 했다는 것인가? 이는 정당의 사당(私黨)적 체제와 체질 문제인가 아니면 의원 개개인의 의존적·기생적 의식 탓인가?

역대 여당이 그러했듯이 지금의 한나라당도 언제나 청와대쪽만 쳐다보고 있는 눈치다.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어린아이 시늉을 못 버리고 있다. 책임은 지기 싫고 권력은 나눠 갖고 싶다는 욕심의 발로다. 지나친 대통령 의존형 정치문화 속에 스스로 함몰되어버린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명분을 주라

창의적·독자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용을 한껏 써 가며 당 쇄신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하고서도 쇄신을 향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정당이라 할 수 있다. 그게 안 되겠으면 정당이기를 포기할 일이다.

왜 야당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느냐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들끓어 오르는 '국민장 정국'을 안정시킬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 야당이 정신차리고, 쇄신하고, 사과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눈이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정부 여당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민심에 응하는 것은 집권세력 측의 당연한 의무다. 민심은 반드시 정당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민심은 말 그대로 국민의 마음이고 바람이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물의 흐름에 맞춰 물길을 내는 것이 치수의 원리이다. 발걸음을 따라 길을 내는 것이 치도(治道)의 원칙이다. 민심을 따라 행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더 이어가자면 이렇다. 민심을 안정시키고 지지자들에게 명분을 주는 게 대통령과 집권당의 도리다. 거부감 저항감 대신 이해와 수용의 여지를 반대자들에게 주는 게 정부 여당의 정치기술이다. 지지자들의 깊은 배신감과 반대자들의 극한적 저항을 초래하는 정권은 어디에서고 기댈 언덕을 찾을 수 없다. 명념할 일이다.

논설고문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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