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임 검찰총장 발언 배경·파장] 법무장관과 여러차례 ‘수사 갈등’ 시사 기사의 사진

임채진 검찰총장이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장 흔들기' '치욕'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소회를 밝힌 것은 전 정권이 임명한 총장으로서 겪은 설움과 고민 등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관계를 설명하며 '긴장' '갈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긴장''갈등' 표현 이유 뭔가=임 총장 스스로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골치 아픈 자리라고 평할 만큼 임 총장은 빈약한 토대 위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2007년 11월 한나라당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총장 임명을 강행하지 말고 대행체제로 꾸려갈 것을 주문한 상황에서 임 총장은 임명장을 받고 검찰 수장에 올랐다.

이 바람에 임 총장은 직무 시작 4개월여만에 재신임 여부를 묻는 신세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임 총장을 향한 여야의 시선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임 총장이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에 대해 "어느 정도 운명을 예견했다"며 "치욕을 감내하고 위태로운 자리"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김경한 법무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임 총장과 마찰을 빚었다. TK 출신인 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TK 출신을 대거 요직에 임명했다. 임 총장은 자신을 보좌할 참모조차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특정 세력이 임 총장을 제치고 주요 정보를 김 장관에게 직보한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임 총장은 이날 자신의 입지에 대해 중간자에 비유하면서 특정 세력을 '검찰내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수사지휘권 발언 파문=임 총장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자주 법무부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2005년 10월 천정배 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도록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처음이다.

하지만 임 총장은 법무부가 문서 형식으로도 수사지휘를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 검찰이 수사했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 광고주 협박 사건을 행사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미리 파악한 김 장관이 수사지휘라는 형식을 통해 직접 수사에 개입했고 이에 임 총장이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임 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조은석 대검 대변인을 통해 "수사지휘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 수사지휘였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임 총장의 발언이 김 장관의 동반 퇴진을 유도해 후임 총장이 법무부의 외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배려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김 장관과의 불화를 언급한 것은 향후 법무부가 수사지휘에 대한 말들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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