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領袖가 만나 담판하라

[백화종 칼럼] 領袖가 만나 담판하라 기사의 사진

TV 채널을 돌리다 동물 다큐멘터리에 눈이 멎었다. 수코브라 여러 마리가 암코브라를 차지하기 위해 몸통을 곧추세워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코브라들은 싸우더라도 힘겨루기만 할 뿐 서로 물진 않는다는 해설이었다. 물면 독 때문에 죽기 때문이란다. 싸우던 코브라들이 천적인 사막의 고양이가 나타나자 싸움을 멈추고 원형을 만들어 방어하는 것이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은? 싸움을 하면 증오라는 독을 머금은 이빨로 물고 뜯어 상대방을 죽여야 직성이 풀린다. 밖으로부터 치명적 위험이 닥쳐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코브라의 싸움, 사람의 싸움

수그러드는 듯 보였던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세를 잃어가던 진보 진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죽음을 계기로 세를 얻고 전열을 정비하여 보수 진영에 공격을 가함으로써 양 진영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진보 진영은 500만명을 넘었다는 추모 인파와 5년 만이라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역전 등으로 대세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명박 정권과 그 하수인인 검찰, 그리고 보수 언론의 정치 보복에 의한 타살이라며 보수 정권을 문책하겠다는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내각 총사퇴, 민주화를 후퇴시킨 국정 기조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방송법 등 "MB악법" 저지는 물론이고 국회 등원 자체를 거부하면서 진보 단체들과 함께 장외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등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총궐기하는 분위기다.

보수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럽고 예상 못했던 방식의 죽음, 그에 따른 추모 열기로 급소를 얻어맞은 듯 한참을 당황해 했다. 그러다가 국민장이 끝나면서 정신을 차린 듯 반격을 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범죄 혐의를 받던 사람의 자살일 뿐으로 추모의 대상도 아니며, 진보 좌파들이 그의 죽음을 불순하게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진보 진영의 책동에 이 대통령이 보다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다.

마주 당기면 더 엉킬 뿐이다

걱정인 것은 이 싸움의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그래서 싸움이 쉬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 그리고 여당 내 일각에서까지 내각과 여당의 인적 쇄신과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칼자루를 쥔 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질 일이 없고, 양보하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다 해도 주도권을 내줄 뿐 문제가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다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미물도 외부에서 위험이 닥치면 하던 싸움도 멈추는데 우리는 위험 불감증에 걸린 느낌이다. 경제나 안보 걱정을 하면 되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 취급 받기 일쑤다.

엉킨 실타래를 놓고 진보와 보수가 양 끝을 잡아만 당기면 실타래는 더욱 꼬일 뿐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고전적이고 그래서 진부한 방식이긴 하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가 담판을 하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분위기에선 두 사람이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두 사람이 만난다고 일이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으면 오래된 민간요법이라도 써봐야 될 게 아닌가. 지도자들의 갈등 해결 능력을 기대해본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