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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하고 쿵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질문자가 어른이라면 어린애 같다는 핀잔을 받을 만한 물음이다. 서로 다른 무술 간의 대결에서 중요한 것은 수련자의 기량과 연마한 정도지, 무술 자체의 우열은 가리기 힘들다는 게 정답이기 때문.

그럼에도 적지 않은 어른들이 일쑤 그런 데 관심을 보인다. 왜 그럴까.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보다는 전통 무술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때문일지 모른다. 실제로 태권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은 남다르다. 또 다른 나라 국민들 중에서도 러시아인의 '국기(國技)' 삼보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맨손 호신술'의 약자인 삼보는 전통 무술치고는 좀 특이하다. 각국의 전통 무술들이 거의 예외없이 연대 미상의 옛날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후대에 체계화된 데 비해 삼보는 태어난 해가 정확하다. 1936년.

옛 소련이 정부 차원에서 레슬링, 유도, 몽골씨름과 각종 관절기 및 타격기를 종합해 만들어냈다. 원래 살상과 체포를 목적으로 군과 경찰만 배웠던 '특공 무술'. 나중에 이를 스포츠화해 지금은 올림픽 종목 채택까지 노리는 국민 무술이 됐지만 삼보의 원형인 컴뱃 삼보는 89년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까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 안보의 무기'였던 셈.

지난달 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도 참가한 국제삼보대회가 열렸다. 컴뱃 삼보가 아니라 타격기 등이 빠진 스포츠 삼보(삼보에는 이 두 종목밖에 없다)여서 레슬링이나 유도와 비슷해보일 뿐 격렬함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러시아인들의 열기는 과연 대단했다.

2003년 설립돼 국내에 삼보를 보급하고 있는 대한삼보연맹의 문종금 회장은 컴뱃 삼보까지 포함하면 삼보는 "맨손 무술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궁극의 형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직접 청소년 수련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연맹 관계자들도 삼보야말로 실전성이 강조된 '진정한 의미의 호신술'이라며 학부모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이종격투기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또 청소년들의 효과적인 호신술로 각광 받으면서 '지도자가 모자라 고민'이라고 할 만큼 불과 몇 년 새 국내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는 삼보가 태권도 유도 등 기존 무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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