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민경찬] 질문은 미덕이다 기사의 사진

"목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어떻게 코로 냄새를 맡지요?" "요렇게 작은 눈으로 어떻게 큰 집이나 경치를 볼 수 있나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Fields) 메달을 받은 일본의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이에 대해 그 어머니는 "글쎄 왜 그럴까?"라며 같이 생각해 주었으며,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동네의 지식인을 찾아다니며 설명을 부탁해 답을 얻어 내곤 하였다.

오늘과 같이 치열해지는 국가 간의 경쟁에서 핵심 역량은 기초·원천기술이다. 기초연구의 성패는 '최초' 또는 '최고'의 결과를 어떻게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최초, 최고가 되려면 남이 생각하지 못한, 스스로 만든 문제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호기심과 창의성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흥미와 호기심은 궁금한 생각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하면 야단을 맞거나 질문다운 질문을 하라며 핀잔을 듣기가 일쑤였다. 그저 조용히 잘 받아쓰고 시험을 잘 치면 모범생으로 불린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궁금하여 이것저것 계속 물어보면 별별 것 다 물어본다거나 말이 많다며 귀찮아하고 야단까지 친다. 요즘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들도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수학과 과학이 창의적 사고를 위한 논리와 배경지식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년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를 보면 한국 중·고교 학생들의 수학·과학실력은 세계 상위권이다.

그런데 과학 실력은 하락하고, 최상위권 학생들의 비율이 경쟁국보다 적으며, 수학과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 동기, 자신감은 평균보다 훨씬 낮다. 이는 '즐거워서' 공부하기보다 '어쩔 수 없이'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의 교실은 대개 질문이 별로 없다. 그냥 받아 적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학생들은 질문을 통해 배운다. 이들은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서슴없이 질문한다. 질문을 통해 배우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질문을 통해 '사실' 자체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이어간다.

창의성 문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현상만을 가지고 판단한다. 대개 언론을 통해 접한 현상에 대해 사실 확인 없이 바로 반응하여 갈등과 대립을 키우곤 한다.

종종 충동적인 행동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준다. 사실이 무엇인지, 왜 일어났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다. 우리 사회에 절실한 대화, 소통의 실마리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가치 있는 일인지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중요하다.

창의성은 지식, 사고능력, 인성 등이 융합되어 일어난다. 과학은 항상 기존의 모든 지식을 의심함으로써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흥미와 호기심이 필요하며, 이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노벨상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엄마들은 족집게 과외 선생을 찾기보다 히로나카 교수의 어머니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서로 손 들고 질문 경쟁하는 활기찬 교실이 보고 싶다.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 과실연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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