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환율하락에 적극 대응을 기사의 사진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초 1600원 가까이 상승한 후 하락을 거듭하여 5월 이후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해외 투자은행들이나 국내 경제연구소들의 환율 전망도 연말까지 1100원대를 내다보는 곳이 많다. 경제 펀더멘털로 보았을 때 환율하락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역수지는 4월 중 57.9억달러로 사상최대수준을 기록하며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교역국 통화들의 실질구매가치를 비교하는 실질실효환율기준으로 원화는 아직도 20% 이상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리먼 사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심리와 해외자금 흐름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은 금융불안의 재발 가능성 등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논하기는 이를 수 있으나, 향후 환율은 점진적으로 변동성을 줄여가고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점진적으로 환율 안정될 것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수출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다. 올 들어 두 자리 수의 감소세를 지속하는 수출증가율은 5월 중 -28.3%로 지난 1∼4월간 평균 -23.4%에 비해 오히려 더 하락했다. 그나마 선방한다는 중국의 수출도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경기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하나 문제의 핵심은 앞으로의 회복 속도와 개선폭이다. L자형이든 U자형이든 당분간은 큰 폭의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들은 여기에 환율하락까지 겹쳐 더욱 큰일이다. 지난 1분기 중 일부 대기업들에서 나타난 실적 개선은 환율 효과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이다. 최근 한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원화기준으로는 2007년 13.2%에서 2008년에는 24.3%로 높아졌지만 달러기준으로는 동기간 16.4%에서 5.1%로 오히려 하락하여 환율 효과가 컸음을 보여준다.

환율하락은 내수경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각종 원자재와 소비재들의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가 늘게 되고 물가하락이 실질소득을 높이는 소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설비투자 중 약 3분의 2정도를 차지하는 수입자본재의 도입비용을 하락시켜 기업투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수부문에 큰 기대를 걸기는 무리다.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가계부실로 인한 내수침체 등을 겪으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만성적으로 하회하는 내수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산업 발달을 위해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한다고 했지만 단시일내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크게 이루어진 것도 없는 듯하다.

결국 대외부문에 대한 의존은 인구가 적고 경제규모가 협소한 한국경제에서 필연적이다. 이 전략의 성공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세계경제가 침체할 때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경기의 하락폭이 특히 심한 나라들은 모두 첨단 제조업 위주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 적극적 투자 나서야

최근 연구에 의하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 수출에 환율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다소 고무적이다. 이는 우리 수출에서 고급 및 첨단화된 제품의 비중이 늘어 과거처럼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움츠러들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누를 수 있던 배경에는 거시적으로는 90년대 일본의 긴 경기침체가 있었다고 본다. 중요한 수요기반이 부진했던 때 한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일본기업들을 앞지를 수 있었다. 조선산업도 마찬가지다.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이후 호황에서 큰 과실을 거둘 수 있었다. 다른 수출기업들에도 이는 좋은 교훈이 된다.

정형민(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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