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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 달린 자동차는 '포드 A형 리무진'이다.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1903년 의전용으로 미국공관을 통해 들어왔다. 일명 '어차(御車)'.

'시발(始發) 자동차'는 국내에서 만든 최초의 자동차다. 지프형 6인승으로, 국제차량제작 주식회사에서 55년부터 생산했다. 미군으로부터 불하받은 폐차를 재생해 민수용으로 활용하면서 터득한 기술이 토대가 됐다. 부유층 부인들이 자동차를 사기 위한 계(契)를 만들 정도로 한때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500여대의 '시발택시'도 전국을 누볐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와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등으로 63년 회사는 문을 닫았다. 국산화율은 50%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국산차량은 '포니1'이다. 74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국산차를 만들어 수출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선진국에서는 코웃음이 나왔다.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 종합산업으로 불리는 자동차를 후진국이던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생산하겠다고 나섰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밀어붙여 1년 뒤 포니1을 개발했다.

76년 1월 첫선을 보이자 반응은 뜨거웠다. 그해 국내 시장의 43% 가량을 점유한 이래 판매대수가 꾸준히 늘었다.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 수출도 이뤄졌다. 에콰도르에 6대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4년 7월28일 현대차 누적 수출대수는 1000만대를 돌파했다. 이처럼 포니1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한국 근·현대사박물관인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는 1978년식 포니1을 구입했다는 소식이다. 포니1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뒤늦은 감이 있다. 포니1은 길이 보존해도 손색없는 문화재로 대우할 만하다.

민속박물관은 다음달 말부터 포니1을 야외전시장에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한 '고물차'가 아니라, 옛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 '포니1의 성공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경제는 불가능했다'고 한다면 과한 평가일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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