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강교자] 듣는 것이 지혜의 원천 기사의 사진

"그 나이에 벌써 보청기를 사용하우?" 이어폰을 끼고 있는 젊은이에게 80세를 넘으신 할머니가 물으셨다고 한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생각대로 한마디씩 했다. "80 넘으신 분이 이어폰을 알겠어?"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자기가 보청기를 사용하잖아." "그런데 그 젊은이에게 어쩌면 보청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보청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귀는 다른 이들의 다양한 소리를 듣기 위해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물론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가 남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염려와 배려에서도 사용하지만, 들려오는 귀찮고 싫은 소리들은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만을 골라 듣기 위해 이어폰을 사용할 때가 많다.

특수 보청기가 필요한 세태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소리만을 골라서 듣는 편리하고 편안한 선택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은 특수 보청기가 필요한 난청 환자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듣기 불편하고 불쾌한 소리와 싫고 아프지만 꼭 필요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특수 보청기이다.

지혜의 왕이라 일컬어지는 솔로몬 왕의 일화 중에 매우 흥미로운 꿈 이야기가 있다. 솔로몬이 가장 뛰어난 지혜의 왕이라 일컬어지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는 기록이다. 꿈에 나타나 소원을 묻는 하나님에게 솔로몬 왕은 지혜로운 마음을 구했다. 작은 아이 같은 자신의 힘으로는 이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없으니 선악을 분별하여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로운 마음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된 '지혜로운 마음'의 원어적 의미는 '듣는 마음'이다. 지혜로운 마음은 듣는 마음이다. 다스려야 할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함을 알고 이 지혜로운 마음을 구한 솔로몬은 신의 마음에 들어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지혜와 함께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까지도 받았다는 기록이다.

상대의 뜻, 바람과 아픔까지 들을 수 있음이 지혜이다. 환자의 아픔을 듣는 의사가 지혜로운 명의이고, 침묵의 소리까지 듣는 자가 지혜로운 친구이며, 국민의 바람과 안타까움과 아픔까지를 들을 수 있는 자가 지혜로운 지도자이다.

온 사회가 요동치듯 소란스럽다. 모두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철저하게 차단시키는 이어폰을 끼고 고함만 치고 있을 뿐 듣는 귀와 마음이 없다. 한숨과 눈물, 처진 어깨와 무거운 걸음의 침묵적인 고함이 있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고함을 친다. 함께 혹은 혼자서, 소리치고 소리치며 내 소리를 들으라고 외친다. 광장과 거리에서, 때론 건물과 탑 꼭대기에서, 그리고 바다와 공중에서도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는 고함만이 계속되고 있다. 이 소란함을 평정시킬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의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소란을 막아야 한다. 소통 없는 공동체에서 빚어지는 혼란과 분열이 초래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역사는 경고해주기 때문이다.

입보다 귀를 더 열어야

'입보다 귀를 높은 지위에 두어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이 강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잘 듣고, 바로 듣고, 깊이 듣기를 원했던 솔로몬 왕의 지혜로운 마음(듣는 마음)을 구한 겸손함이 우리 사회의 소통의 문을 열어주는 보청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의 소리를 듣기 원하는 겸손함이 통합을 이루어가는 기본 자세이며, 서로의 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귀만이 통합을 위한 정확한 판단과 결정의 기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이 지혜가 아닐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지혜이다.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들의 힘이 더 중요하고 큰 것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

강교자 대한YWCA 연합회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