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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高출산국 프랑스


프랑스에선 식을 올려 부부가 되는 법률혼이 지난 세기 말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그 대신 동거, 협약혼 등의 사실혼이 늘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인구문제연구기관인 '막스 플랑크연구소'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부부 중 법률혼은 66.3%, 동거는 31%였다. 법률혼 중 동거 기간 없이 바로 결혼한 부부는 5쌍 중 1쌍이고, 동거 부부 중 결혼할 예정이 전혀 없는 커플은 절반에 이른다.

독일 함부르크의 경우 동거 부부는 19.7%, 법률혼은 80.3%였다.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양국 모두에서 전통적인 혼인제도가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프랑스의 높은 출산율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출산율은 2.1명으로 유럽연합(EU) 평균 1.5명, 독일 1.4명, 스웨덴 1.8명을 크게 웃돌았다. 혼인제도는 위기에 처한 듯하나 출산을 포함한 가족의 존재 자체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 여기까지만 따지면 마치 프랑스의 높은 출산율이 혼인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프랑스가 독일보다 동거혼 경향이 강하고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높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아동수당 지급, 아동부양공제, 무료 교육 실시 및 교육비 지원 등 엄청난 규모의 정부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독일과 프랑스의 출산율 격차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3세 이하를 위한 보육 시설이 미흡하고 특히 고학력 여성의 경우 '애 없이 풀타임 근무'와 '애 둘에 무직 내지 파트타임 근무'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양국 모두 80% 전후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독일의 출산율은 처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을 높이자면 정부의 두터운 경제적 지원은 물론 그에 더해 일·가정의 양립을 모색하는 사회적 합의가 동반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유럽처럼 동거혼을 적극 유도할 수도 없고. 이대로 가다간 혼인제도만 남고 남·여·자녀로 구성되는 가족제도 자체가 주저앉을 판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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