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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민주당의 손을 잡아줘라

[백화종 칼럼] 민주당의 손을 잡아줘라 기사의 사진

떼를 쓰며 우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는 데도 명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울음을 빨리 그치게 하려면 아이의 요구 사항을 일부나마 들어준다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한이나마 아이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좋다. 그냥 놔두면 울음을 그치기가 멋쩍어 울음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생떼를 쓰며 우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데도 그러한데 명분을 먹고 사는 정치에 있어서야 더 말해 뭣하랴.

야당은 명분을 먹고 산다

민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생떼를 쓰는 아이의 억지만은 아니며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국정기조 전환과 수사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지른 것이 그 반증이다.



민주당은 지난 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과 함께한 서울광장 집회 등으로 소수 야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 여당을 충분히 압박했다. 지난번 대선과 총선의 참패로 상당기간 집권세력으로 재기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자포자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외투쟁으로 소득을 올렸다 해서 언제까지나 그것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현 정권이 설령 국정운영을 잘못한다 해도 장외투쟁을 통한 타도의 대상으로까지 삼을 순 없는 일이며, 원내 제2당이 장외에만 머무는 건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북핵, 개성공단, 각종 민생 문제 등 국가 민족의 장래와 관련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과 장외투쟁의 열기가 식고 장기화에 따른 민심의 역풍이 부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무조건 등원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우며 해온 장외투쟁을 이제 와서 접고 의회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만으로 국회에 들어가는 것도 그들로선 생뚱맞은 일이다. 진보 세력들과 공동전선을 펼쳐온 처지로서 구체적인 소득 없이 등원할 경우 지지기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안들을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해 준다고 약속한 민주당으로서는 등원할 경우 이를 막을 명분이 약해 난감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이 정치력 발휘할 때

여기서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등원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명분을 먹고 사는 정치집단, 특히 야당에게 국정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의회민주주의이니 무조건 등원하라는 건 잡아달라고 내민 손을 밀쳐내는 것과 다름없다.

마침 국민들 사이에서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국정쇄신책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정부 여당의 개편 요구가 만만치 않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서거 정국'의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여 정부 여당이 민주당의 요구 중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은 수용하고, 무리한 요구는 수정하거나 포기하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원내대표회담을 통하고 대통령만이 결단할 수 있는 것들은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여당은 밀린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여론을 수렴하고 야당을 포용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의 기를 꺾기보다 야당에게 그럴 만한 명분을 주고 체면을 살려주는 게 필요하다. 쇄신책을 낼 경우 독자적으로 하기보다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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