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혜림] 옛날보다 좋아졌다고? 기사의 사진

오랜만이다. 좌우, 여야, 남녀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오랜만인 듯싶다. 지난 12일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돼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을 세계 13번째로 갖게 됐다. 7월말 예정대로 나로1호를 이곳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면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위성 자력 발사 국가가 된다.

"10번째니 13번째니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직 발사체를 온전하게 우리 힘으로 만들지도 못하는데"라고 딴죽을 거는 이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나로1호의 발사체 하단부는 러시아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하지만 국가 순위는 그 분야에서 그 나라가 어느 수준에 위치해 있는지 한눈에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에 유효하다. 예컨대 세계은행이 내놓은 세계발전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는 2007년 14위다. 우리가 꽤 잘 사는 축에 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우리 기업은 747억달러를 수출해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잘 견뎌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구촌에 국가가 200개쯤 존재한다니 이런저런 순위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 10%쯤에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성 관련 순위로 넘어가면 확 달라져 하위권에서 맴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8년 보고서를 보면, 성 격차 지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130개국 중 108위다(순위가 낮을수록 격차가 심한 것이다). 유엔개발계획의 2008년도 여성권한척도(GEM)도 108개국 중 68위로, 끝에서 세는 것이 더 빠르다. GEM을 점수로 보면 더 한심하다. 여성 국회의원, 기업 고위직 임원, 전문직 여성 비율, 남녀 소득비 등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 정도를 점수로 산출했을 때 1점 만점에 0.54점으로 낙제수준이다. 1위 스웨덴은 0.925점이다.

"여성천하"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차별 받는다" 등등 볼멘 소리들이 나온 지 꽤 됐는데 어찌 된 일일까? 한 여성운동가는 "여성인권에 대해 한국에는 착시현상이 있다"고 했다.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법률 등 외형은 선진국 뺨치는 데 반해 여전히 관습이 지배하는 현장은 후진국보다 나을 게 없기 때문에 헷갈리는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을 한번 보자. 1987년 제정된 이후 여성들에게 유리하게 7번이나 고친 끝에 2007년 말에는 명칭까지 바꿨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하지만 그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수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만9000명 줄었는데, 96%(21만1000명)가 여성이다.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2001년 '우먼 코리아' 보고서에서 한국이 2010년 강대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여성인력은 늘 차선이었던 우리는 그저 상위 10%에 멈춰 있다. 강대국 진입은 멀기만 하다.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말로 방패막이를 삼지는 말자.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했던 그 달나라를 향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때 아닌가.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어렵고 한국경제 역시 예외가 아니지만 당장 어렵다고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말이 우주 개발뿐만 아니라 여성인력 활용 등 여성 정책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대통령은 가슴에 새겨주길 바란다.

김혜림 생활과학부장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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