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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손수호] 소나기 마을


황순원(1915∼2000)의 단편 '소나기'는 국민소설이다.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은 모두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이 작품을 접했으니 집단의 기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막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사춘기 때 읽은 연애소설의 독후감을 어디에 비기랴.

시련도 있었다. 문단 일각에서 이태준의 '까마귀'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비는 2006년 37권짜리 '20세기 한국소설' 전집을 펴내면서 '독 짓는 늙은이' 등 다른 네 편을 싣는 대신 '소나기'를 뺐다. '까마귀'의 아동용 버전이란 판단과 이 소설이 대표작으로 불리는 걸 꺼렸던 작가의 의견을 고려했다는 설명과 함께.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여주인공이 병사(病死)하는 마지막 대목이다. 독자들은 설사 영향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표절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풋과일처럼 싱싱한 러브 스토리와 절제된 문장미학이 빛나는 국민소설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소설의 명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소나기 마을'이 그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서 문을 열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소녀가 소년에게 "이 바보!"라고 외치며 조약돌을 집어 던지던 개울의 징검다리를 비롯해 둘이서 '우적 깨물어' 먹던 무밭과 비를 피하던 원두막과 수숫단 등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 높은 곳에는 선생의 묘와 문학관이 있다. 천안에 있던 선생의 무덤까지 올 3월 이곳으로 이장했다. 문학관에서는 '학' '별' 등 그의 주옥 같은 작품을 오디오 북으로 접할 수 있다. 생전의 서재가 재현됐고 육필 원고 등 유품 90여점도 전시한다.

황 선생은 양평과 어떤 인연일까. 이북(평남 대동) 출신이어서 아무 지역적 인연이 없는데도 굳이 찾자면 작품 속에 숨은 그림처럼 엎드려 있다. '소나기' 속에서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글이 분명히 존재한다. 양평군은 이 한 문장에 기대어 3년간 124억원을 투입했다.

황순원 문학의 탑이 높은 것은 자녀와 제자 덕도 크다. 아들 황동규 교수는 단정한 문학세계로 부친의 이름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가 평생 재직한 경희대 국문과 제자들 또한 스승의 고결한 인격을 그리며 '소나기 마을'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앞장섰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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